【런던=연합】“붉은 용(중국)이 떠오르는 해(일본)를 가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7일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의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 창설 움직임을 이 같이 표현했다.
 
이 신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은 지난 50년간 동아시아의 주된 경제주체였으며 일본 정부의 원조로 많은 나라의 경제가 부흥했고 일본 재계는 오지까지 손길을 뻐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일본을 뛰어넘어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더는 그렇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자유무역협정이 실현될 경우 그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말하고 그러나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는 않는다며 사실 기술적인 협상이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실현되리라고 보장할 수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궁극적으로 지역전체를 지배하겠다는 욕심으로 중국, 대만,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 등 6개국의 영유권이 겹치는 남중국해의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한다는 구속력 없는 선언을 아세안과 체결하기도 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본은 따라잡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이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바로 다음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아시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성안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이 합의문은 구체적인 내용이 극도로 모호해 기본골격 자체라기보다는 기본골격을 형성하기 위한 협정에 더 가까웠다고 이 신문은 논평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아시안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지나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없는 이익집단에 손이 묶여있다. 강력한 농업 이익집단은 자신들의 시장에 저가의 동남아 물건이 넘쳐나는 사태를 원치않는다. 아세안에서 일본에 들어오는 농산물은 이미 이미 일본의 수출량의 14배에 달한다.
 
지도자들이 자유무역지대 실현에 그렇게 여러 해가 걸린다고 하는 예측은 앞으로 잘해야 갈 길이 험하고 그렇지 않으면 통과하기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세안 그 자체. 아세안은 단결되거나 동질성이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며 개방경제고 정부가 극도로 청렴한 싱가포르가 있는가 하면 라오스처럼 가난한 공산국가로 농업에 의존하는, 청렴과는 거리가 먼 나라도 있다.
 
아세안은 오는 2004년까지 역내 교역상품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돼있으나 각국이 예외적용 대상 목록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국가들이 관세감면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집단행동에 이르면 아세안은 훨씬 더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는 조직이다. 특히 테러 단속에 대한 태도가 전형적인 본보기로 이틀간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으나 합의된 구체적인 방안은 거의 없고 대테러 전쟁에 가장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인도네시아에 대한 압력도 없었다.
 
아세안이 어디로 갈 것인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중국의 그림자가 이 지역에 점점 더 크게 드리워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지도자는 붉은 용이 자신들을 완전히 유린하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유리하게 이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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