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숨가쁘게 연이어 일어나는 사건들의 진정한 속내를 제대로 알아차리고, 그로 인해 우리의 내일이 어떻게 영향을 받게 될 지를 빈틈없이 예측한다는 것은 언제나 지난한 일이다. 인류가 가장 과학적으로 발달시켜온, 현상을 토대로 한, 미래예측 기술이 일기예보라고 하지만 그 정확도조차 아직 충분히 만족할 수준에 있다고 하기 어렵다. 인간의 변덕스런 의지 따위 우연적 요소가 개입하지 않은, 객관화 할 수 있는 자연현상에 대한 인류의 예측 수준이 그렇다.

하물며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하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이 실제로는 어떠한 모습인 것인지, 그것이 초래하게 될 미래의 사건들은 무엇일 지를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물론 어렵다. 일국의 대사가 주재국 정부의 수도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통해 주재국의 영토 일부를 자국의 영토라고 선언하는 전대미문의 행태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를 헤아리는 것 또한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건을 둘러싸고 주고받는 소위 당사국들의 모습이 우리 같은 서생들에게는 조금도 상식적이지 않고, 그렇게 상식적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높은 곳'의 속 깊은 `까닭' 또한 짐작할 길이 없을 때에 불안만 가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말 우리의 미래는 괜찮은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복잡하고 우리의 능력이 미천하다 할지라도 모든 생명 가진 것들은 끊임없이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예측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남아를 휩쓴 쓰나미의 예나 지구상의 많은 전쟁의 선례가 그러해야 하는 이유를 웅변한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미래의 시간만큼만 안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소 무리가 있다 싶으면서도 아주 거칠고 기본적인 상식의 시각으로 이 두개의 사건을 들여다 보다가 이 두 사건이 독립된 것이 아니라 놀랍게도 동일한 논리로 상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두 사건 모두 바로 국가간의 생존경쟁의 논리의 귀결이라는 것이고, 그러한 경쟁이 극단화 할 때에 나타나는 전쟁의 예비적 현상인 것 같다는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이겠지만 북한이 실제로 핵폭탄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또는 그것이 도전받는 국내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국내용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또한 일본 정부가 실제로 독도를 `역사적, 법률적'으로 자신의 영토로 생각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요점은, 그들이 그러한 행위를 취할 때 우리가 우리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 행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비록 우리의 예측에 오류가 있었다 할지라도 우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최선일 수 있는 상대적 예측과 행동의 선택, 그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묻더라도 핵폭탄 보유의 논쟁이 전쟁을 가정하지 않고 있을 수 없다. 남의 국가 영토를 자국의 영토라고 우겨대는 배경에 전쟁의 준비가 없을 수 없다. 요컨대 이 두 개의 사건은 언제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가정하지 않고서는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라는 것이다. 북한과 일본이라는 두 나라는 이러한 논리를 엄연한 현실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떠한 국제적, 경제적 역학 관계가 이 땅에서 전쟁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보는가를 이 지면에서 논하는 것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앞서와 같은 사정 속에서 이 땅에 전쟁은 없다라는 논리만으로 두 사건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내일을 위해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 땅에 전쟁이 없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는 우리의 소망이다. 그러나 그러한 우리의 소망은 우리의 적절한 예측과 행동에 의해서만 지켜질 수 있다는 것 또한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말, 개성공단과 6자회담, 또는 상대국의 이후 반응을 지켜보는 신중함만이 이러한 시기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최선의 답안일까. 그러한 대응이 국가간 원천적 생존경쟁의 핍박함에 부응하는 우리의 충분하고 안전한 역사적 통찰일 수 있을까. 정말로 좀더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이 땅에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전략과 단호함이 강구돼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에 대한 성의있고 진지한 설명이라도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어떠한 경우에도 이러한 사태들과 관련해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이 매달릴 수 있는 곳은 딱하게도 밉든곱든 정부밖엔 없기 때문이다.

하석용 객원논설위원(유네스코인천시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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