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짧은 추석 연휴이지만 올해 추석 극장가에 선보이는 영화들은 어느때 못지 않게 풍성하다.

초대형 흥행작 `웰컴 투 동막골'의 선전이 여전한 데다 연휴에 1주일 앞서 이미 `형사 Duelist'와 `외출', `가문의 영광' 등 `빅3'의 전초전이 지난 주말 시작됐으며 소규모로 상영 중이지만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작품들도 적지 않다. 이밖에도 `찰리와 초콜릿 공장', `더 독' 등의 외화도 추석 극장가를 노리고 개봉한다.
 
▶형사 Duelist =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하지원과 강동원이 출연한다.

TV 드라마로 성공을 거뒀던 방학기의 만화 `다모'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는 탐미적인 영상. 강렬한 색과 빛의 대비, 화려한 액션과 몽환적인 이미지들로 가득차 있다.

조정의 어지러움을 틈타 가짜 돈이 유통되고, 좌포청의 노련한 `안포교'(안성기 분)와 물불 안 가리는 의욕적인 신참 `남순'(하지원 분)은 파트너를 이뤄 가짜 돈의 출처를 좇는 중 정체를 모를 자객 `슬픈 눈'(강동원)과 마주친다. 감독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줄거리보다는 남순과 슬픈 눈 사이의 러브스토리다.

기둥을 이루는 스토리나 여기에 덧붙여지는 이야기의 살들은 빈약한 편이지만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며 날아다니는 카메라와 그 속의 인물들의 역동성은 이를 채우고도 남을 만큼 풍부하다.

▶외출 = `봄날은 간다'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허진호 감독의 신작. 일본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배용준과 `청순가련형' 연기에 특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손예진이 만났다.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지나고 나니 모습을 드러냈던 사랑의 흔적을 담았으며 `봄날은 간다'를 통해 지나간 사랑의 가슴 아픔을 좇았던 허 감독의 카메라는 이번에는 불륜의 상황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은 각자 배우자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강원도 삼척의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만난다. 알고보니 이들의 배우자는 사고가 난 차에 같이 타고 있었다. 서로 불륜 관계였던 것. 이 사실을 알게 된 두 사람은 배신감과 깨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속에 혼란을 겪던 중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가문의 위기 = 추석 극장가를 노리는 전형적인 코미디 영화로 2002년 추석시즌 비평단의 혹평과 관객들의 열광이라는 상반된 반응 속에 `대박'을 터뜨렸던 `가문의 영광'의 속편이다.

전작의 기둥줄거리가 조폭 가문의 엘리트 사위 만들기였던 데 비해 속편은 검사 며느리가 들어올 `위기'에 처한 조폭 가족을 기본 설정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잔뜩 망가진 신현준과 방송에서 특유의 재치있는 입담을 과시하던 김원희. 여기에 `마파도'의 흥행배우 김수미와 가수출신 탁재훈이 가세했고 공형진, 신이, 박희진, 현영 등 개인기 넘치는 배우들이 잔뜩 출연한다.

전라도 조폭 가문의 대모 홍덕자 여사(김수미). `아그들'과 `동상들'의 충성이 든든하고 사업 역시 탄탄하지만 한가지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바로 일 하나는 확실히 하지만 결혼할 나이가 지난 노총각 큰아들 인재(신현준)다. 그러던 중 인재는 첫사랑과 닮은 여인 진경(김원희)과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두 사람. 하지만 진경에게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라는 사실. 결국 진경의 정체가 밝혀지고 `가문'에는 서서히 위기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 팀 버튼 감독이 조니 뎁과 힘을 합쳐 만든 판타지 영화. 감독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이 적절히 섞여있다.

전세계 누구에게나 사랑 받고 있지만 뭔가 비밀에 휩싸인 초콜릿 브랜드인 윌리 웡카 초콜릿. 이 곳의 주인인 윌리 웡카(조니 뎁)는 어느 날 자신의 초콜릿에 5개의 `황금티켓'을 숨겨 놓고 이를 발견한 다섯 아이에게 공장을 공개하고 다섯 중 뽑힌 한 명에게는 `특별 선물'을 증정하겠다고 공언한다.

전세계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부모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가난한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는 찰리(프레디 하이모어) 역시 초콜릿 공장에 가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한명 한명 황금티켓의 주인공이 발견되고 그러던 중 찰리 역시 이 티켓이 찾아오는 행운을 갖게 된다.

▶더 독 = 매년 추석 시즌에 찾아오던 청룽(成龍) 대신 올 추석에는 리렌제(李連杰)가 `더 독'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제목이 말해주듯 영화 속 리렌제가 맡은 대니는 어릴적부터 투견으로 길러져 온 남자다. 그를 키운 사람은 비열함과 잔인함으로 똘똘 뭉친 악당 바트(밥 호스킨스). 엉겁결에 바트로부터 떨어진 대니는 시각장애인 피아노 조율사 샘(모건 프리먼)과 손녀 빅토리아(게리 컨던)와 함께 살며 전에 못느끼던 따뜻한 정을 느끼지만 바트는 대니를 찾아 나서고 샘과 빅토리아의 목숨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음악과 연기, 액션의 삼박자가 잘 갖춰진 액션물.

▶웰컴투 동막골 = 지난 11일까지 전국 670만 명을 동원한 올해 최고의 흥행작. 8월4일 개봉 이후 롱런에 들어가 추석 연휴에도 상영된다.

한국전쟁의 포화가 빗겨간 산골 마을 동막골이 배경. 이곳에 흘러 들어온 국군 현철과 인민군 수화, 미군 스미스 대위 등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인물들은 어느새 동막골 사람들의 순박함에 빠져 한 편이 돼 버린다. 분단의 비극을 판타지와 휴머니즘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영화는 원작 연극의 매력적인 이야기와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등으로 호평을 받아오고 있다.
 
▶불량공주에서 북한 축구단까지 = `형사 Duelist', `외출', `가문의 위기'가 각각 400개 내외의 스크린을 확보(전체 1천567개)한 가운데 개봉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작품성과 재미를 갖춘 다양한 영화들도 관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엽기 유머로 무장한 일본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와 국산 독립 액션 영화 `거칠마루', 서정적이면서도 쿨한 사랑이야기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 뉴저먼 시네마의 기수 빔 벤더스 감독의 신작 `랜드 오브 플랜티', 파격적이고 대담한 성묘사가 화제가 된 스페인 영화 `루시아', 독특한 코믹 SF물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서양 영화인이 최초로 북한에서 제작한 장편 다큐멘터리 `어떤 나라'와 `천리마 축구단' 등이 관객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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