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현실은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항이겠다.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지구촌 한 시장'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전개되는 것도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 이런 현실과 흐름을 외면할 경우 우리 경제도 북한의 경우처럼 자칫 한 순간에 나락으로 빠져들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대선을 전후, 이런 걱정이 점증해온 가운데 새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 국내 기업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도 적지않은 궁금증을 보여왔다.

그런 점에서 17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주한 미국.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한 경제정책 설명회는 우선 시기적으로 알맞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난 몇 주 동안은 재벌정책 등에 관한 인수위 관계자들의 조율되지 않은 목소리가 언론에 경쟁적으로 보도되면서 정책 기조의 급격한 변경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돼온 기간이었다. 이런 시점에서 당선자가 직접 경제정책방향을 설명함으로써 외국인들로서는 일단 새 정부의 `실체'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새 정부에 대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이 내국인들보다 훨씬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질서'가 살아 숨쉬도록 하겠다"는 노당선자의 얘기는 특히 이들 선진국 경제인들의 신뢰를 얻는 `키워드'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곧 대통령직에 오를 사람이 시장 질서를 더욱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한 셈이니 대표적 자본주의 국가들의 기업인들이 안심할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겠다는 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것일테고 무엇보다도 한국경제의 기본 틀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겠다는 얘기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게도 여간 반가운 얘기가 아닐 것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이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 중의 하나가 주5일제, 노사 문제 등에서의 글로벌 스탠더드 적용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취업을 쉽게 함으로써 해고를 쉽게하는 방식으로 바꿔나가겠다"는 노동유연성에 관한 언급은 국내외 기업 모두의 구미를 당길만한 것일테다.

노당선자의 이번 발언은 선거전 후보 입장에서 약속했던 각종 공약들과는 그 무게가 크게 차이나는 것일 수밖에 없다. 곧 국정최고책임자의 자리에 오를 위치에서한 말이기 때문이다. 국내외 기업인들도 그래서 새 정부 경제정책에 더욱 신뢰감을 갖게됐을 것이지만, 그러나 그런 신뢰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일관되게 실천하는 모습이 뒷받침돼야만 한다. 실천은 당연히 시장질서를 존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하는 각종 정책을 통해 구현돼야 하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바로 바로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사간, 이(異) 업종간 등 이해가 상충되는 집단 간의 조율 문제가 난제일 것이다. 말썽 없이 넘어가는 것에 못지 않게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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