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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기비전 3가지

정훈영 기자 hyj@kihoilbo.co.kr 2006년 07월 18일 화요일 제0면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에 살면서 경기도는 무엇인가?”, “경기도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에 대한 자문자답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이러한 정체성에서 도출된 `첫째, 경기도는 한반도의 심장부다. 둘째, 경기도는 세계화 시대의 서버다. 셋째, 경기도는 통일의 최전방이다’등 세가지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하기 위한 발전전략은 따로 세워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지사는 현 정부의 수도분할 이전은 잘못된 정책으로 대한민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김 지사의 '경기비전'을 들여다 본다.

  ◇ 한반도의 심장부

경기도는 한반도의 심장부이다. 삼국시대 이래로 한강 중하류 유역, 즉 경기도를 차지하는 세력이 한반도를 지배했고, 통일 한반도의 수도는 경기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개경과 한양이 그러했고 서울이 또한 그러하다. 비록 오늘날 수도 서울이 행정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나 지리적으로는 경기도 안에 있다.

경기도가 이처럼 한반도 부동의 중심으로 심장부의 역할을 해온 것은 그 지리적 위치와 자연적 자원의 풍요로움에 기인한다. 경기도는 한반도의 공간적 중심에 위치해 구심점이 되고 있고, 반도에서 제일 큰 한강이 흘러 넓은 들을 펼치면서 풍부한 용수와 천혜의 교통로를 제공한다. 서쪽으로 경기만을 안고 있어 수산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가 해상교통으로 직결된다. 동으로 백두대간이 뻗어내려 임산물이 많이 나고 생태계의 안전판 역할을 해낸다.
 
내륙으로 사통팔달의 교통로가 있어 팔도의 문물이 여기서 모이고, 가공되고, 다시 나간다. 당연히 사람과 자본이 모이고 문화가 창출되어 확산되어 나가니 실로 한반도의 둘도 없는 심장부인 것이다. 심장부는 생명력의 원천이다. 심장이 튼튼해야 생명체가 활력을 가지며, 심장이 뛰어야 생명체가 역동한다. 한반도의 흥망성쇠는 심장부인 경기도의 건강성에 직결되어 있다.
 
경기도를 서울의 외곽지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것은 지리의 겉만 보고 속을 보지 못한 것이다. 사람이나 땅이나 그 정체성의 규정은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농촌지역을 두고 `도시를 뺀 나머지 지역’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농촌과 도시는 일체이며 농촌은 농촌 나름의 고유한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울은 경기도가 갖는 특성의 일부를 가지고 경기도 안에 있다.
 
서울은 심장부(경기도)의 핵이다. 지정학에서 심장부란 외세에 의해 점령되지 않는 땅으로 외부에 대해 지배적인 힘을 행사한다. 세계적 지리학자인 맥킨더는 심장부라는 개념을 내륙지역에 적용했지만 반도에 있어 심장부는 바다를 낀 중심부며, 한반도에서 그것은 경기도다.
 
◇ 세계화 시대의 서버
 
경기도는 역사적으로 이 땅의 나라와 백성을 섬겨왔다. 왕조시대의 개념으로 보자면 임금과 조정을 섬긴 것이지만 현대의 민주주의 개념에 입각해 보자면 국가와 국민을 섬긴 것이다. 수도의 통치와 방어기능을 통해, 농수산물의 공급을 통해, 산업 생산 활동과 주거의 입지를 통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부와의 교통 통신 및 교역을 통해 나라와 백성에게 봉사해 온 것이다. 그것이 고전적 의미에서 서버의 역할이다. 이제 이 섬김의 역할이 다시 규정될 필요가 있다.

첫째,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에 더해 지역 주민과 지역기업에게 봉사하는 것이다. 경기도는 다른 지방, 특히 서울을 위해서 봉사하는 땅이기 이전에 경기도 자체의 발전을 위한 땅으로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 그것이 곧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길이다.
 
예컨대, 경기도가 살기 좋고 기업 활동하기에 편리한 지역으로 발전해 경향의 기업들과 외국의 기업들이 경기도로 몰려오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국가와 국민경제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음으로 서버라는 말을 `섬기는 이’, `봉사자’라는 전통적 의미로부터 세계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개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정보 통신기술 분야에서 `서버’의 기능은 호스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모으고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정보화 사회에서 네트워크의 기지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경기도는 국내에서 국가와 국민, 그리고 지역주민에게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것에서 한걸음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 네트워크, 특히 대 중국 네트워크에서 한국의 서버, 또는 허브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그 개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 통일의 최전방
 
경기도는 휴전선의 중서부 전선 전체를 안고 있다. 분단의 현장, 군사적 대치의 최전방에 위치해 있음으로써 갖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 휴전선이 가로 막지 않았더라면, 북한의 핵심지역(개성~평양)을 지나 유라시아 대륙으로 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 경기도로부터 연결돼 있을 것이다. 통일이 되어 휴전선이 없어진다면 가장 많은 변화를 맞게 될 땅이 경기도다. 그런 관점에서 경기도는 통일의 최전방이라고 할 수 있다.
 
분단으로 인한 고통과 발전의 제약, 통일 직후에 북한 인구가 대거 몰려온다든지 하는 직접적인 부담들을 체념하거나 손놓고 중앙정부만 바라보는 것은 경기도의 적극적인 대응자세가 아니다. 통일지향적 정책을 펴고, 분단으로 인한 제약을 줄이거나 그것을 오히려 지역발전의 동인으로 반전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통일이나 남북간의 자유왕래, 자유교역 등에 대한 자체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것은 개성공단을 연계 지원할 남한 쪽의 산업연수기지와 한강 하항 및 수운 재개, 나아가 비무장지대 긴장 완화를 통한 평화정착 등의 정책들이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중앙정부와 협력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다른 한 가지는 통일 후 북한의 복구사업 내지 개발사업들은 독일 통일 후의 경험에서 보듯이 남쪽 접경지대에서 시작해 휴전선을 넘어 북쪽으로 개발의 파도를 밀어 올리는 방식으로 전개되게 된다. 즉, 강원도가 동해안과 철원일대를 제외하면 산악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통일 후 북한개발의 기지는 경기도인 것이다. 이점은 서울~개성~평양을 잇는 육상 교통로와 인천~해주~남포를 잇는 해상 교통로를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 수도분할 이전은 잘못

지리적 특성에 비추어 지역의 구조를 개방적인 것으로 구축해 나가고, 지역 내부의 공간적 통합을 위한 순환교통로, 한강과 황해만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프라, 서울과의 관계를 생산적으로 이끌 산업입지 및 환경대책, 그리고 지역의 문화적 역량과 품격을 높이기 위한 대안이 주요 골간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경기도의 심장이 제대로 뛰게 해야 하고, 서버의 기능을 중시하되 단순히 정보를 모으고 나눠주는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하고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역할까지 하게 해야 하며, 분단의 현장으로서 받는 제약을 줄이는 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발전의 모티브로 반전시키는 방안들이 강구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행정구역의 분리에 집착해 서울, 인천과 별개로 발전전략을 추진하기보다는 수도권 전체가 연대해 협력적 발전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매우 긴요하다. 부분이 최선을 다한다고 전체가 반드시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전체적 구도를 얻을 수 있을 때 부분은 비로소 올바른 제 기능을 하게 되고 발전의 상승효과가 기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끝으로, 분산이 곧 균형발전이라는 고정관념에 입각한 수도분할정책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세계화 시대에 시장에서의 경쟁은 필연이다. 그리고 국민경제간 경쟁은 거대도시권 간의 생산성 경쟁이며, 한국의 대표선수는 수도권이다. 경쟁 상대는 국내 지방도시가 아니라 동아시아의 대도시권, 즉, 도쿄, 베이징, 상하이다. 수도권에 대한 억제정책은 대표선수의 발목을 묶고 세계 자본과 기업의 한국유입을 방해함으로써 결국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둘째, 분산이 반드시 평등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은 나라는 접근성을 향상시켜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성장을 촉진하고 기회를 높인다. 이 점은 세계화시대의 대도시간 경쟁 양상과 지식 정보사회의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기능을 무조건 분산하면 중심성이 약화되고, 그렇게 되면 최고 수준의 국제적 기능, 즉 국제기구나 금융과 기업의 본사나 지사들이 다른 집중된 거대도시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결과는 생산성이 떨어지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기회와 복지의 핵심적 내용이 없어지면 평등이란 헛된 구호로 그치고 만다.
 
셋째, 집적의 이익 및 불이익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집중이 과도하게 일어나면 환경오염, 토지, 물 등의 자연자원 부족, 교통혼잡, 인간소외 등이 나타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이미 과대과밀을 관리하는 기술과 행정능력 자체가 크게 향상되고 산업구조의 환경친화적 개편 등 여건이 변화했다.
 
대한민국의 환경도 70년대에 비해 2000년대에 훨씬 좋아졌다. 즉, 70, 80년대를 풍미했던 분산정책의 신화는 퇴색했고 학술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현 정부의 수도분할정책과 공공기관이전정책은 시대에 뒤떨어진 고정관념의 산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도권의 경쟁력을 손상시키는 수도권 규제 및 분산정책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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