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민 통합과 양성평등사회 구현'을 위한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빈부격차 완화, 양성평등사회 구현, 학벌주의 타파, 장애인 차별 해소, 비정규직.외국인 근로자 보호 등이 주요 내용을 이룬다.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서서 관련정책들을 추진, 평등사회를 이루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를 공식표명한 셈이다. 평등사상과 약자 보호의 정신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사회 발전의 동인이 되는 구성원간 경쟁의 논리를 살려가면서 평등사회를 이루기 위한 조화로운 실행방안을 찾는 일이 문제일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의 왜곡되고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다중의 불만과 그에 대한 정권의 시정 약속은 어제 오늘 있었던 일도 아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세계적인 수준이며 재벌가의 3대 상속까지도 무난하게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 반대편에서 가난은 대를 잇기 십상이고 남성들은 자신도 모르는 채 온갖 기득권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스무살을 전후해 일류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후 적당히 일해도 평생을 보장 받는 왜곡된 학벌주의 역시 세계적 수준이다. 고교 졸업 학력의 노무현 당선자가 곧 대통령이 된다고는 하지만 실은 사법시험을 패스했다는 `한국최고의 학벌'이 그의 고교 졸업 학력을 상당부분 커버해줬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특별히, 이 학벌주의는 요지부동의 상태로 봐야 한다. 여전한 대학 입시 열풍과 특정 고교, 특정 대학 동문 간 배타적 성격의 모임이 그를 반증한다. 현실 곳곳에 이렇게 불평등 요인이 잠재해있는데 평등사회를 지향하겠다는 새 정권의 목표에 대해 누가`가타 부타' 말할 수 있을까. 다소 무리가 되더라도 차별을 없애고 왜곡된 구조를 바로잡는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해줄 것을 바라는 것이 민의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평등사회를 이루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가 경쟁력을 살려나가는 일이다. 이 정권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무차별적인 벤처기업 육성정책의 실패를 경험했고 지방대 육성이나 여성 고위직 임명 등에서도 이런 저런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드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역차별 논란이나 인재 풀의 어려움, 안정적 경제정책 운용의 어려움 등이 걸림돌이 돼왔다.평등사회 지향도 중요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외면할 수도 없다.

기업에 대한 지방대생 채용 권장 계획은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함께 자칫 사기업 운영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개입 논란도 빚을 수 있다. 차별 철폐를 추진하되 원칙은 지방대의 경쟁력 향상을 통해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법시험,수습기자 시험 등에 여성들의 합격률이 급격히 높아졌다. 고위직 여성비율 할당제 같은 우대정책의 강제보다는 차별을 없애는 것만으로도 충분할만큼 여성들의 능력은 뛰어난 상태다. 빈부 격차 해소의 경우 현재로서는 세정의 원칙적인 집행만으로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경쟁력 있는 평등사회를 이루는 길의 핵심도 새로운 제도의 수립보다는 기존 제도와 원칙의 준수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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