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는 에너지 위기에 대한 정부의 상황인식이 너무 안이해 걱정된다. 경제장관회의는 어제 유가급등에 따른 2단계 에너지 비상대책 시행시기와 방법을 다음주 마련하기로 했다고 한다. 따라서 승용차 10부제 강제 시행,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 사용 억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비상대책 시행여부와 시기 등도 다음주 안으로 정해지게 됐다.

에너지 분야는 우리의 경우 절약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필요 에너지의 97% 가량, 원유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게 현실이다. 이 석유가 곧 배럴당 30달러를 넘어서 35달러, 심지어 50달러를 넘길지도 모르는 고유가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석유 가격이 상존하는 한 그런 신호는 일시적이고 지엽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 오일쇼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고 대비하는 게 당연하다. 상황이 이러한데 우리의 에너지 소비 현실은 어떤가. 각 산업현장, 업소, 가정에서 에너지 사용량이 줄기는 커녕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중이다. 웬만한 선진국보다도 높은 대형차 선호 추세는 이제 낭비 차원을 벗어나 선진국민들의 조롱거리가 될 정도가 됐다. 부자나라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실내 생활하는 겨울철에 우리나라의 웬만한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의 난방은 속옷만을 입어도 될 정도로 높은 온도에 맞춰져 있다. 여인들이 겨울철에 반소매 셔츠를 입는 것이 유행처럼 된 지경이다. 미국과 유럽지역 대부분의 도시들이 밤 8시를 넘기면 죽은 도시가 되는데 반해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도시에서는 그때부터 환락의 밤이 시작된다. 문제는 이같은 행태가 이제 우리 일상에 거의 정착되다시피해 하루 아침에 고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점이다. 정부의 2단계 비상대책을 지금 당장 시작하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효율적인 집행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민 각자의 해이해진 경제의식에도 책임이 있지만 정부의 책임이 더욱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몇 년동안 경기부양에만 골몰한 채 근검절약 정신을 고양하거나 그런 방향으로의 정책 집행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런 정부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상황인식이 여전히 너무 안이해 보이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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