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이번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 주고 있다. 비정상의 한 50대가 저지른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 저주형 범죄치고는 대응능력의 부재가 빚은 안전불감증이 더 큰 사고를 불렀다는데 국민의 비통함이 더하다. 사망자 대다수가 현장에서 발생한 유독가스에 질식했고 대중을 실어날으는 교통수단인 지하철 객차가 인화물질로 치장이 된 데다 정전으로 비상구마저 찾기가 힘들었다는 것은 사고를 자초한 지하철 안전의 구조적 문제가 그것이다. 사고 경위로 본다면 휘발유 한 됫박의 단순 방화였다. 그러나 화재발생 10여분의 결정적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엄청난 인명과 함께 엿가락처럼 녹아버린 재난의 현장은 한마디로 재해에 대비한 안전시스템이 엉망이었다는데 우린 넋을 잃고 있는 것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계기로 전국 지하철내 각종 사건·사고 등의 안전여부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인천을 비롯한 전국 4개 도시 지하철 이용시민은 혹시나 하는 불안감을 씻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인천 지하철의 안전 수준은 어떤가. 인천시가 대구지하철 사고를 계기로 부랴부랴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한 것까지는 평가받을 일이지만 점검후 나온 결과는 `역시나'였다는 보도에 우리는 유감을 금치 못한다. 도시철도 전동차 표준화 규칙에 따라 제작됐다는 객차내 시설물인 의자와 바닥재, 내벽, 벽체 내부가 삽시간에 인화물질로 유독가스를 내뿜게 돼 있어 사고 발생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그뿐인가. 비상시 승객이 열게돼 있는 전동차 수동개폐기는 성인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돼 있으며 안내문 규격이나 비상등, 유도등이 작동상태가 불량하고 유도요원이 태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하니 이번 대구지하철 참사의 계기로 밝혀진 인천지하철도 언제고 터질 수 있는 사고의 가능성을 안고 왔다는데 아찔한 전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선진외국에서는 역구내와 객차에 불연재 기준을 강화해 쓰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특수재를 만드는 기술력을 갖추고 수출을 하면서도 국내 전동차 내장을 외면한 채 표준화 규칙의 근거를 어디에 두고 제작한 것인지 당국에 묻고 싶다. 시설의 문제점 뿐만이 아니다. 일부 인천지하철 역사 가운데는 진입 통로에 상업시설이 들어서 대피로를 잠식했고 개찰구 입구 통로에는 웨딩숍, 여행사 타운과 상업 이벤트가 들어서 있다고 하니 사회 구석구석 내재된 총체적 안전불감증이 여간 심각한 수준이 아니다. 대구지하철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 차제에 대중시설에 대한 안전시스템의 전반적 개혁과 안전의식생활화가 시급한 때다. 인천시야말로 지하철 안전에 전반적인 개선책이 있기를 기대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