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통과된 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특검법안에 대해 검찰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직접수사를 하자는 일선수사팀의 의견을 발표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검찰총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겠다는 일부 검사들의 의견을 서울지검 차장검사가 발표한 것부터가 이해가 안 간다. 언제부터 일선검사들의 의견을 검찰간부가 공표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검찰이 수사 대신에 고도를 난해한 정치행위를 하는 것 같아 한심스럽기만 하다. 아무튼 특검법 통과는 법절차상으로도 하자는 없다고 한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특검법 표결때 퇴장했지만 그동안 이같은 퇴장은 상대방의 표결처리를 소극적으로 용인하는 의사표시로 이용돼 왔기 때문에서다. 이처럼 통과된 법안에 대해서 지난 14년간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한번도 없었다.

하긴 수사유보가 특검수사로 뒤집어져 손상된 검찰의 체면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의 자존심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권능은 손상해도 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검찰수사의 유보 참뜻이 정치권에서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바로 특검으로 넘어갈 줄은 몰랐다는 것은 현실성도 없고 명분도 없긴 마찬가지다. 더구나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특검이 국익에 직결되는 수사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없다고 본다. 우리는 그동안 특검을 통해 정치권 관련 수사가 검찰보다 훨씬 독립적으로 공정한 처리를 수차 봐왔다. 이번 국회에서 최종 통과된 특검법안은 대북 비밀거래의 진상을 남김없이 규명하되 국익과 관련되는 사안은 공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혹 특검에서 국익을 해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무튼 여론도 특검이 대북 뒷돈의 의혹을 파헤쳐 남북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주길 바라고 있고 대통령직 인수위도 국민적 의혹사건에 대해선 한시적 상설 특검제 실시를 국정과제로 선정한 바 있었다. 이런 상황인데 만약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야당의 강력한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새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여야관계가 파국을 맞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검찰도 대북 비밀송금 수사가 스스로 손을 터는 바람에 국회에서 특검으로 넘어갔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