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북송금 관련,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거부권 행사 시한(오는 14일)을 앞두고 긴장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핵사태가 더 꼬여만 가는데다 특검법이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그간 북핵사태의 `평화적 해결' 지렛대로 여겨온 남북관계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북한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명의의 `현대와의 경제협력사업 및 대북송금 문제와 관련된 상보'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한 현대와의 협력사업은 민족의 응당한 평가를 받아야 하며 대북송금 문제는 절대로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측의 이런 입장은 현대의 대북송금사건이 특별검사의 수사로 이어질 경우, 남북관계가 심각한 경색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조선아태평화위는 나아가 “한나라당이 작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밀사를 보내 이회창 후보가 당선되면 현 정부(김대중 정부)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이 큰 대북지원을 할 것을 담보했다”고 폭로했다.

조선아태평화위는 이어 “한나라당의 밀사파견 문제는 남북 사이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해 현재로선 비밀을 공개하기 어렵다”면서도 끝내 특검법이 강행될 경우 한나라당을 겨냥, 확전할 의지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대북송금 특검법과 관련, 지난 4일 조평통 담화를 통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를 동결상태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밝힌데 주목한다”며 “특검법 시행은 곧 남북관계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는 그간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지속이라는 병행전략을 취해왔으며, 북핵사태 악화속에서도 남북 당국간 노력으로 남북관계는 `그런대로' 유지돼 왔다.

이 당국자는 따라서 “특검법 시행에 맞서 북측이 남북관계 경색을 주도할 경우 북핵사태와 더불어 국가신인도가 하락하게 되며, 이로 인해 경제에 악영향이 끼쳐지고, 이는 또 남북관계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야당인 한나라당은 11일 오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조선아태평화위의 대북밀사 파견 주장과 관련, “이는 대북뒷거래 사건에 대한 특검제를 무산시키려는 의도”라며 특검법 추진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핵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월초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 이후 추가행동을 자제했던 북한은 새정부 출범직후 영변의 5 원자로를 재가동했는가 하면, 지난 2일에는 공해상을 정찰 비행하던 미 공군 정찰기에 전투기 4대로 근접 비행을 시켰고, 지난달 24일과 지난 10일에 미사일 발사시험을 잇따라 실시하는 등 한반도 위기를 높이고 있다.

북측의 이런 행동은 한반도 긴장고조로 북-미간 양자대화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미국은 여전히 `계산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미국은 북핵문제가 이미 유엔 안보리로 넘어간 이상 `다자 틀' 속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특히 중국, 러시아 등이 북핵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현재 예정된 남북 당국간 일정은 향후 남북교류협력사업과 적십자회담 일정을 확정하는 제10차 장관급회담(4월7~10일)으로, 특검법 시행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이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북한 전문가는 “현대의 대북송금 사건은 국민적 의혹 해소차원에서 특검법실시의 당위성도 있지만,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해 수사대상과 폭은 제한돼야 한다”며 “여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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