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는 극장가에서도 1년 중 가장 큰 대목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설은 연휴기간이 긴 데다 그다지 눈에 띄는 대작 외화가 드문 터라 설 연휴를 앞두고 일제히 개봉한 한국 영화끼리의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먼저 1월 중순부터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고 있는 임순례 감독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비롯해 지난달 31일 개봉한 황정민 전지현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신하균 변희봉 주연의 `더 게임', 박용우 이보영 주연의 `원스 어폰 어 타임', 류승범 주연의 `라듸오 데이즈', 이연걸 류덕화 금성무 주연의 `명장'이 전초전을 치르는 중이다. 여기에 설 연휴 직전인 2월 5일에 개봉하는 김하늘 윤계상의 `6년째 연애중'과 신현준 허준호의 `마지막 선물', 2월 6일 개봉하는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찰리 윌슨의 전쟁'이 차례로 합세한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 관객의 입소문으로 개봉 이후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우생순'은 설 연휴에도 그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남녀 핸드볼 대표팀의 연이은 승리로 베이징올림픽에 진출한 점도 영화에 대한 관심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전체관람등급으로 설 연휴기간 가족단위 관객이 무난히 관람할 수 있는 소재도 강점이다.

 * 줄거리 - 대한민국 올림픽 2연패의 주역인 최고의 핸드볼 선수 미숙은 소속팀이 해체되자 생계를 위해 대형 마트에서 일하게 된다. 이때 일본 프로팀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혜경은 위기에 처한 한국 국가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귀국한다. 팀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오랜 동료이자 라이벌인 미숙을 비롯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노장 선수들을 하나 둘 불러 모은다. 전체관람가.
  ▶라듸오 데이즈 = 1930년대 조선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 방송을 소재로 삼은 `라듸오 데이즈'. 녹음 중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유쾌한 웃음을 주는 한편, 독립운동이란 무거운 소재를 가볍게 풀어나간다. 여기에 류승범, 이종혁, 김사랑 등 개성 있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연기가 안정적인 조화를 이룬다. 누가 뭐래도 이 영화의 매력은 아날로그적인 호소력에 있다.

 * 줄거리 -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방송국 로이드는 짝사랑하는 재즈가수 마리를 꾀어 최초로 재즈 생방송에 성공한다. 그러나 곧 새로운 아이템을 개발하라는 사장의 압력에 시달리는 로이드. 어느 날 그는 시나리오 `사랑의 불꽃'을 읽고 라디오 드라마를 계획한다. 하지만 첫 회부터 실수는 끊이질 않고, 방송이 계속될수록 이야기는 자꾸 산으로 간다. 12세 관람가. 1월 31일 개봉.
  ▶원스 어폰 어 타임 = 구한말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가문의 위기', `가문의 부활'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의 신작이다. 과도한 욕설과 음담패설로 웃음을 우겨넣었던 전작들과 달리 이해 가능한 인물들 간의 오해와 엇박자를 일으키는 상황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일제치하의 무거운 상황이 상당히 축소되긴 했지만 가볍게 웃으며 볼 수 있는 영화로 손색이 없다.

 * 줄거리 - 1940년대 일제치하의 경성. 일본 군부는 석굴암 본존불상 이마에 박힌 3천 캐럿의 다이아몬드 `동방의 빛'을 도굴해 일본으로 송환하려 한다. 한편, 경성 최고의 사기꾼인 봉구와 내숭 100단 가수인 춘자는 송환식에 참석해 동방의 빛을 훔치기 위해 한판 싸움을 벌인다. 꿍꿍이가 다른 두 사람, 여기에 모자란(?) 독립군까지 가세해 치열한 접전이 벌어진다. 1월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 `말아톤', `좋지 아니한가'로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받은 정윤철 감독의 신작이다. 연기파 배우 황정민과 `CF 퀸' 전지현의 합세로 관심을 모았다. 다소 심심하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착한 휴먼드라마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 안성맞춤이다. 영화가 말하는 바를 함축하자면, `아름다운 마음이 있다면 누구나 슈퍼맨!'이 되겠다.

 * 줄거리 - 휴먼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는 송수정 PD는 동정심에 호소하는 프로그램에 지쳐버렸다. 카메라를 날치기 당한 현장에서 자신을 슈퍼맨이라 주장하는 사내를 만난 수정은 그를 다큐멘터리 소재로 이용해 심층취재에 들어간다. 그의 기이한 행동들에서 진실함과 순수함을 발견하는 수정은 점점 슈퍼맨의 진짜 이야기에 동화된다. 1월 31일 개봉. 12세 관람가.
  ▶6년째 연애 중 =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 김하늘과 가수 출신 배우 윤계상이 연인으로 호흡을 맞춘 멜로물이다. 오랜 연애로 인해 친근한 감정이 오히려 위기가 되고 있는 커플의 이야기는 세심한 심리 묘사와 사실적인 대사,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로 완성됐다. 박현진 감독은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함으로 연애에 임하는 여자와 남자의 미묘한 감정흐름을 탁월하게 잡아냈다.

 * 줄거리 - 6년차 커플인 다진과 재영은 바로 옆집에 산다. 벽 하나 있다고는 하지만 같이 밥 먹고 잠도 자면서 거의 한 집에서 사는 거나 마찬가지. 일과 사랑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가 너무 편해서일까,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티격태격하는 수가 자꾸만 늘어간다. 결국 6년의 사랑은 의심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2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마지막 선물…귀휴 = `가족'을 소재로 한 신파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기에 가장 좋은 소재. `마지막 선물'은 불치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낳아준 아버지와 길러준 아버지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그간 영화를 통해 코믹한 이미지를 구축(?)했던 신현준과 선 굵은 연기를 펼쳐보였던 허준호가 주연을 맡았다. 배우들의 완벽한 연기는 먹먹한 가슴의 통증을 선사한다.

 * 줄거리 - 살인을 저지른 죄로 무기수가 된 태주. 어느 날 친구이자 형사인 영우가 찾아오고, 그는 태주에게 자신의 딸 세희를 위해 간이식을 해달라고 요청한다. 10일간의 귀휴 조치를 받은 태주는 수술에는 영 관심 없고, 탈출만 시도한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세희가 자신의 딸임을 알게 된 태주는 눈물겨운 부정으로 마지막 선물을 준비한다. 2월 5일 개봉. 15세 관람가.
  ▶더 게임 = 설 연휴 유일한 스릴러물인 `더 게임'. 신체 강탈을 소재로 한 이 영화는 무엇보다 신하균과 변희봉의 변신이 눈에 띈다. 이들은 각각 젊은 신체를 갖게 된 노인과 몸을 빼앗기고 늙은 몸을 갖게 된 청년을 연기한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포진해 있을 뿐만 아니라 신하균은 전라연기와 삭발까지 감행하며 열연을 펼쳤다.

 * 줄거리 - 거리의 젊은 화가 민희도에게 걸려온 정체불명의 전화. 그 후 그는 금융계의 큰손이라 불리는 강노식을 만난다. 늙고 병든 강노식은 민희도에게 30억 원의 거액과 젊음을 맞바꾸자는 내기를 제안한다. 어처구니없는 게임에서 진 민희도는 순식간에 강노식에게 젊음을 빼앗기고, 뒤바뀐 운명을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1월 31일 개봉. 15세 관람가.
  ▶명장 =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이 처음으로 도전한 전쟁 액션물로, 설 연휴 가장 눈에 띄는 외화다. 제작비로 400억 원이 들어간 대작인 데다 이연걸, 류덕화, 금성무 등 중화권 스타 3명이 한꺼번에 출연해 화제가 되고 있다. 사실감 넘치는 전투 장면을 자랑하며, 여기에 세 남자의 의리와 배신, 복수를 그린 만큼 남성 관객들의 선호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 줄거리 - 19세기 중엽 청나라. 태평반란군과의 싸움에서 패한 청나라 장군 방청운과 도적단의 우두머리 조이호, 그의 밑에 있던 강오양이 의형제를 맺고 청나라 군대에 편입된다. 세 의형제의 군대인 `산'군은 전투에서 승리하며 소주성에 입성한다. 하지만 포로의 처리 문제로 방청운과 조이호가 대립하고, 세 형제의 운명은 점점 엇갈린다. 1월 31일 개봉. 18세 관람가.
  ▶찰리 윌슨의 전쟁 = 할리우드 스타 배우가 포진한 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톰 행크스와 줄리아 로버츠가 각각 스캔들 메이커 하원의원과 섹시하고 부유한 로비스트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영화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침공과 관련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시나리오 완성도가 높은 장점을 지녔으며,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는 위트 넘치는 대사로 순화시켰다.

 * 줄거리 - 스캔들 투성이 하원의원 찰리 윌슨은 타고난 매력남으로 유권자의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 TV에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미국의 미온적 태도를 접한 찰리는 부유한 로비스트 조앤, 정의감에 불타는 CIA스파이 거스트와 함께 아프간 무기 공급을 위한 정치 공작을 시작한다. 2월 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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