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연일 휘청거리면서 우리의 경제전체가 불안에 휩싸여 들고 있다. 이렇게 지속돼다가는 경기전체가 어찌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를 연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긴 6년전과 지금을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위기의 싹이 보인다는 얘기가 도처에서 흘러 나오고 있어 걱정이다.
 
최근 정부는 김광림 재정경제부 차관 주재로 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외환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적절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은 정부가 직접 개입에도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한마디로 시장이 그만큼 심상찮다는 얘기다. 이는 북핵문제가 불거지자 유럽계 투자자들이 투자축소 움직임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에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잘 아는 투자자들은 아직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30일 1천170.1원이던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은 3월들어 곧장 치솟아 지난 10일엔 1천238.5원으로 5개월만에 최고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때는 원화가치 폭락이 훨씬 심했다. 97년 10월 중순까지 910원에서 움직이던 원화환율이 10월말부터 꾸준히 상승했다. 이후 11월17일 환율은 1천원선을 돌파한 후 12월23일 1천962원으로 사상 최고치까지 멈춤없이 치솟았다. 지금은 북핵문제가 잠잠해지면서 시장은 금세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97년의 외환위기가 닥쳤던 것은 외환보유액이 1천240억달러나 돼 외환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북핵문제가 불거진 지난달부터 외국돈을 빌리는 데 붙는 가산금리가 높아진 은행들은 자금조달을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고, 정부는 역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을 연기중에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속에서도 재정경제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98년 발행한 5년짜리 외평채 10억달러어치의 만기가 다음달 15일로 다가왔지만 만기연장을 가능한 한 늦추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 1.23% 포인트에 그쳤던 외평채 가산금리가 최근 1.75% 포인트까지 급격히 치솟았기 때문에서다. 어쨌든 본격적인 달러 사재기는 아직 없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창구엔 달러를 사두려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 늦기전에 정부는 투기적 수요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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