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7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총련에 대해 시대변화에 맞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한총련에 대해 이적단체라는 족쇄를 풀어주고 수배자를 사면하라는 뜻으로 들려 노 정권이 과거 정권과는 달리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읽을 수 있다. 한총련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발언이 이번에 새삼 거론된 것은 아니다. 후보 시절이었던 지난해 10월 청주에서 열린 시민들과의 대화에서도 “남북관계와 정치상황 등을 살펴볼 때 한국사회의 수준이 대표성 있는 학생단체들을 굳이 이적단체로 다뤄야 문제가 풀리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혀 한총련에 대한 의중을 밝혔다.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의 약칭인 한총련은 지난 93년 4월 전대협의 전신을 이어받아 전국 200여개의 대학이 가입한 전국적 규모의 대표적 학생운동연합체로 출발했다. 민중이 주인 되는 민주주의와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고 학원의 완전한 자주화를 실현한다는 기치아래 출범한 한총련은 지난 98년 대법원이 연방제 통일방안을 강령으로 한 규정을 근거로 국가보안법상 이적단체로 규정하면서 집행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배와 투옥이 이어져 왔다. 한총련은 지난 2001년 9기 집행부때 연방제 통일 등 북한에 동조하는 강령을 삭제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통일강령으로 채택했지만 검찰은 근본 성격과 활동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바뀌지 않아 실정법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한총련 관계자 처벌은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시대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그동안 법조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구나 대학생들이 잘못된 현실에 참여해 문제를 제기하고 몸으로 이를 실천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닐진데 그동안 법 적용이 너무 경직돼 왔다는 지적에 대해 이제 변화된 시대흐름에 따라 수용할 필요가 있다. 한총련과 관계된 수배자는 모두 179명에 이르며 현재 13명이 구속 수감돼 있다. 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대가 조속히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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