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올해 쌀 300만섬을 북한에 무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최근 농림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농림분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그 결과에 따라 내년 이후에도 2~3년간 비슷한 규모의 식량을 지원할 것을 계속하겠다고 보고했다는 소식이다. 하긴 연말이면 쌀 재고량이 유엔식량농업기수(FAO)가 권장하는 적정수준의 2배인 1천190만섬에 이르고 재고관리 비용만도 수천억원이나 드는 만큼 쌀 재고 감축이 시급한 것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은 올해 필요한 곡물의 물량인 3분의1에 해당되는 140만t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또다시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을 검토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금 한반도는 북한핵 문제로 인해 긴장이 어느 때보다 고조돼 있고 그 여파로 경제난도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림부가 갑자기 대규모 식량지원 방침을 밝힌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이다.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된 쌀을 북한이 군량미로 전용할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면 쌀재고 조정과 인도적 목적을 위해서 대북식량지원이 불가피하다고 봐도 먼저 대북관계를 총괄·조정하는 통일부와의 충분한 협의를 거친 이후에 발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에도 통일부는 대북 쌀지원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으며 농업분야 남북 고위급회담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하는데 문제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북 식량지원 계획은 앞으로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제시할 유력한 협상카드중의 하나라는 점에서도 더더욱 그렇다. 한마디로 대북 쌀지원은 필요하다면 정부당국이 검토할 수 있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북한핵 사태 등과 관련해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행시기와 방식은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에 신중히 결정해야 할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엔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법이 공포되는 등 대북지원의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시점이다. 더구나 앞으로 4개월 동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를 대북송금 특검이 과거의 잘못에 대한 반성과 화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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