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양민 경기도의원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보고하는 인간개발보고서(HDR : Human Development Report)에는 주요 지수 세 가지가 포함돼 있다. 그 세 가지는 각 국의 수명, 문자해득력, 취학율, 1인당 GDP 등 인간이 기본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하는데 필요한 인간개발지수(HDI : Human Development Index)와 교육수준, 소득 및 평균수명 등에 있어서의 남녀평등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남녀평등지수( GDI : 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 그리고 여성의원 비율 여성의 고위 행정관리직 비율, 여성의 전문직 비율, 남녀 소득차 등 정치.경제 분야의 중요한 정책결정의 행사에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지표화한 여성권한척도(GEM : Gender Empowerment Measure)다.

2007년 보고서를 보면 HDI가 177개국 중 26위이고 GDI 역시 157개국 중 26위로 상위에 위치하고 있다. 즉, GDI 지수인 평균수명, 문자해득률, 취학률, 남녀소득차 등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남녀평등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진 나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GEM, 즉 여성의 ‘권한’은 전체 93개 조사대상국 중 64위로 후진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10년간 거의 제자리걸음만 걷고 있을 뿐이다.

여성의원 비율이 13.4%로 10년 전인 1998년의 3.0%에 비해 많이 높아졌다. 여성의 고위행정관리직 비율도 8.0%(98년 4.4%)로 늘었고, 여성전문기술직 역시 39.0%(98년 31.9%)로 많아졌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순위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물론 2001년과 2002년에 거의 꼴찌(64개국 중 61위)까지 간 적도 있었던 것에 비하면 발전한 것이라고 강변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들의 여성 권한이 늘어난 것만큼 겨우 퇴보만 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공무원 역시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하위직 진출은 늘어났지만 고위직 진출은 거의 못하고 있으며 주요 보직 점유율도 낮다. 육아휴직은 물론 육아와 관련된 시설과 지원도 점차 늘어나고, 양성평등 인사청책의 구현 및 승진기회의 양성평등보장이 인사지침으로 마련돼 있지만 아직은 여성의 ‘권한’(empowerment)을 ‘양성평등’이라는 말로 ‘좀더 나누어 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실정이다. 
2008년 3월 31일자 행정안전부 소속 여성공무원의 현황을 보면, 5급 이상 고위행정관리직의 비율이 9.9%(1천 명 중 99명)로 2007년 GEM 결과인 8.0%보다 늘어났다. 지방공무원의 경우도 5급 상당 이상 관리직 여성공무원의 비중이 2007년에 7.1%(1천349명)로 2001년 5.3%(864명)에 비해 증가했다. 그러나 지방직 공무원 채용시험의 여성합격비율이 55.2%에 이르고, 6급 이상 여성관리직이 11.8%인데, 이 수치만으로 여성의 권한이 늘어났다고 할 수는 없다.

지방공무원 수는 1997년 28만5천899명에서 2001년 24만3천859명으로 4만2천40명이 줄었다가 2007년 27만5천484명으로 다시 늘어나 2001년 대비 3만1천625명이 늘어났다. 이 시기 여성공무원은 1997년 5만9천336명(20.7%)에서 2001년 5만4천771명(22.5%)으로 줄었다가 2007년 7만8천855명(28.6%)으로 2만4천84명으로 늘어났다. 여성공무원의 비율은 무려 7.9%p(28.6-20.7)나 높아졌고, 2001~7년까지 늘어난 인력의 비율도 전체 공무원 11.5%(3만1천625명/27만5천484)에 비해 30.5%(2만4천84/7만8천855)로 월등하게 높다.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다. 사회적으로 여성의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의 정치참여도 활성화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권한’과 관계있는 여성국회의원의 비율이 18대 국회에 41명(13.7%)에 이르고, 2006년 5·31선거로 의회에 진출한 민선 5기 지방의회 의원의 비율은 2008년 3월 현재 14.5%(광역 11.9%, 기초 15.1%)에 이른다.
정부에서는 공무원의 여성비율을 높이기 위해 양성평등임용목표제를 실시하고 있고, 보직관리 및 승진기회의 양성평등 또한 보장하고 있다. 또한 여성공무원의 리더십 행상과 직무수행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8년 현재 여성의 ‘권한’은 여전히 취약하고, 특히 공직에 진출한 여성공무원의 비율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것에 비해 5급 이상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비율은 여전히 낮기만 하다. 문제는 지침과 목표가 아니라 실행이 얼마나 되고 있느냐 하는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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