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와 인천광역시 역사자료관이 공동 기획해 2007년 6월부터 매주 화요일 게재하는 ‘인천역사산책 시리즈’가 어느덧 50회를 훌쩍 넘어서 60회(7월 15일자 57회 게재)를 앞두고 있다. 
인천역사산책 시리즈는 ‘인천역사의 대중화’를 목표로 인천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 13명이 필진으로 참여, 인천의 역사와 문화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글들을 집필해 왔다.
특히 ‘개국(開國)과 왕도(王都)의 고장, 인천’에서부터 ‘인천역사의 쟁점과 과제’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흐르는 문화도시 인천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주제를 선별·발표해 왔으며, 그간 시민들의 잔잔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인천역사산책 필진들은 50회를 넘긴 시점인 지난 7월 9일 기호일보 회의실에 모여 100회를 향해 달려가는 역사산책의 발전 방향과 인천지역사 연구의 현 위치, 인천의 역사·문화자원의 활용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간담회를 주도한 강옥엽, 강덕우 인천시역사자료관 두 전문위원을 비롯해 견수찬 인하대 박물관 학예사, 문상범 제물포고교 교사, 손장원 인천재능대 교수, 이영태 인하대 BK21연구교수, 임학성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사, 이성진 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 교사, 남동걸 인천중구문화원 상임연구원(이상 無順) 등 역사산책 총 13명의 필진 중 10명이 참석했다.
한 자리에서 3시간이 넘도록 펼쳐진 이들의 열띤 대화를 이날 제시된 4가지 주제에 맞춰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1. 인천역사산책의 필요성과 바람직한 발전 방향

   
 

▶강옥엽(이하 직책 및 직위, 존칭 생략-편집자 주)=한문(漢文)과 일문(日文) 등 자료 접근의 어려움으로 인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던 인천역사를 함께 읽고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인천역사산책’이 지금까지 56회를 이어왔다. 특히 인천지역 뿐만 아니라 경기도지역의 시민들까지 평소 제대로 접하지 못했던 인천역사를 알 수 있게 됐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천역사산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등을 자유롭게 얘기해 보았으면 한다.
▶문상범=앞으로는 지금까지 진행된 방향 그대로 갈 것인가, 혹은 새로운 소재들을 더 찾을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주로 근대사(개항 이후)의 주제가 많았던 만큼 또 다른 테마나 시대의 논의도 필요할 듯 싶다.

▲ 임학성 인하대 교수

▶강덕우=타 신문사에서도 인천역사를 다루는 특집이 있었다. 과거에는 주로 이야기 식으로 역사를 다룬 반면, 역사산책은 인천역사를 전반적으로 알 수 있도록 ‘통사(通史)’를 다룸으로써 차별화를 둬 왔다. 큰 주제 속에 20~30개의 세부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도 생각해 봄 직하다.
▶임학성=이제는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것들을 찾는 기획도 있었으면 한다. 또한 집필진들이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고정판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문상범=신문매체의 특성상 독자를 생각해 새로운 것을 찾는 것도 좋지만 기존에 있는 것들 중 다가가지 못하는 것들을 활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본다. 50여 회를 이어오는 동안 주변의 반응도 그렇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뿌듯하다.
▲ 이성진 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 교사

▶견수찬=역사산책을 이어오면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지만 보완해야 할 점들은 공감한다. 잘못 알려져 있는 역사적 사실을 시리즈 형태로 정리해서 독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바로잡아 주는 것도 우리가 해볼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2. 인천지역사 연구의 현 위치와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대한 고민

▶이희인=인천지역사 연구에서 고고학이 차지하는 부분은 참담할 정도로 미미한 실정이다. 지역 단위로 고고학을 연구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만큼 대외적으로 인적자원을 확보해 공백의 역사를 채워 넣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으로 생각된다.
▶손장원=근대건축의 경우에도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연구자료와 내용이 없다시피하다. 지금까지는 근대건축물과 관련한 역사의 정리나 오류를 찾는 것이 할 일이었다면 이제부터는 광복 이후의 자료의 발굴과 정리가 진행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이영태 인하대 bk21 연구교수

▶이성진=종교 부분도 마찬가지로 광복 이후의 현대자료가 많지 않다. 특히 인천 교회의 역사가 유구함에도 아직 자료조사가 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 총체적인 구술사 정리가 필요할 것 같다. 경험상 인천 안에서 해결되지 못한 부분들은 강화나 영흥도 등 섬 주변으로 확대해 찾아보면 자료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
▶임학성=최근 개항 이후의 인천지역사 연구가 활발하다는 정도를 제외하면 인천지역사 연구는 전반적으로 60~7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장려할 만한 지역 여건도 충분치 않고 아직은 ‘인천학’의 개념을 정의하기에 시기상조란 생각이 든다.
▶강옥엽=인천역사를 전체적인 맥락에서 연구하다보니 전근대 연구의 심화보다는 근·현대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근대를 연구하는 인적자원이 부족한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앞으로는 이런 부분을 보완해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이희인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사

3. 인천지역 사료 수집의 현황과 대안, 각 기관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통합의 문제 

▶남동걸=답사를 나가면 설화나 민요 같은 것을 채록하는데,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설화가 시대에 따라 변화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더 이상 채록할 것이 없어 아쉽다는 얘기다. 이제는 6·25 한국전쟁 때의 이야기, 경제개발할 때 있었던 이야기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새로운 자료를 발굴해야 하고, 그런 자료들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문상범=중앙사 위주로 역사연구가 이뤄지다 보니 인천 또한 타 지방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들어 비로소 학자들에 의한 전문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각자 자기 방향대로 나가다보니 자료를 찾아도 독식하고 있는 경우가 종종 나타난다. 이제는 함께 모여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손장원=제 생각은 좀 다르다. 지금 상태처럼 각자의 연구를 축적시켜 나간다면 공유하는 시기는 반드시 도래한다. 가끔 연구기관의 통합 문제가 논의되는 것은 기관별로 독자성이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인천 연구에 있어서도 다양성과 복합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 하나로 통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문상범 제물포고 교사

▶강옥엽=예산 절감이나 인적 네트워크 구축의 효율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기관을 통합해야만 좋은 연구가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다양한 논의를 갖기 위해서는 더 다양화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료를 공유하는 문제도 각 단체의 지향점과 정체성을 제대로 정립한다면 서로 보충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다. 통합 논의보다도 우선돼야 할 것은 부족한 지역사료 수집을 위한 각 기관들의 협력이다.
▶강덕우=간혹 연구자들 중에는 기존의 사료도 채 섭렵하지 못하고 자료가 부족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인천에 많은 대학이 있음에도 자료 수집을 무심히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행정기관이 아닌 전문성을 가진 대학 기관에서 자료가 없다고 얘기한다면 지역사회에서의 대학의 기능과 역할문제에 대해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 손장원 재능대학 교수

▶이영태=독자성을 따지다 보면 다양성이 없어지고 또 반대로 다양성을 얘기하다 보면 독자성이 없어진다. 연구단체가 과연 그 단체에 맞는 역할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데서 이 문제는 해결된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목적과 기능을 다시 한 번 정립해야 할 것이다.

▶임학성=인천에 연구기관이 많은데 자연적으로 통·폐합될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 다만, ‘어용 연구소’들을 걸러내는 일은 인천의 언론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언론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영리적 연구집단이나 보고서가 없어질 것이라 본다.

4. 명품도시, 국제도시를 위한 인천의 역사·문화자원의 활용 방안

▶손장원=인천시는 역사·문화자원들을 도시개발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구 해안동 일대 예촌(藝村) 조성사업에 포함돼 있는 다양한 건축물들을 일반 건축물처럼 취급해서 망가뜨리는 경우가 발생하는가 하면 제물포고등학교의 70년 된 강당도 허물어 버리려는 것이 현실이다. 역사 인식이 잘못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인식의 전환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국제도시와 명품도시는 문화자원을 기본 바탕에 설정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견수찬=강화를 빼면 문화자산이 없다고들 하는데, 실상 부족하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있는 것도 잘 활용하고 계승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무엇인가가 새로 밝혀지면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개발에 쏟는 노력과 재원의 일부분이라도 지원이 된다면 역사·문화 관련 모든 단체가 자리잡을 수도 있을 것이란 아쉬움도 든다.

▲ 강덕우 박사

▶문상범=관 주도의 일방적인 사업이 진행되면서 외관조차도 제대로 되지 않은 복원사업이 이뤄졌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받고, 업체들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사업이 진행되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단 복원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부터 생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손장원=기본적으로 문화재 보수 절차를 철저히 지켜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면밀한 실측조사 결과를 근간으로 보수를 하든, 리모델링을 하든 해야 하는데 공사를 위한 도면을 만들고 업체 스스로 공사 예산이 부족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다. 3년 전 대구사람들이 인천을 벤치마킹했지만 이제는 인천에서 대구를 선진지로 방문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강덕우=‘창조적 복원’과 같은 앞뒤 말이 서로 모순되는 사업이 문제다. 앞으로는 성의 없는 용역보고서를 내놓는 사람들에게 페널티를 주는 방법도 검토해 봐야 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사명감과 책임감을 부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보고서든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옥엽 박사

▶문상범=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는 부분이 많은 것도 문제다. 필요한 것을 안 쓰는 부분이 많은 데다 오히려 앞장서서 왜곡하는 부분도 있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데서 생기는 오류일 수 있는데 우리 모두가 문화의식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강옥엽=인천이 지향하는 명품도시는 물질적인 명품 외에 정신적인 측면의 명품도 생각해야만 한다. 명품도시에 맞는 명품의식을 가져야만 제대로 된 ‘명품도시’의 완성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함께 집필하고 있는 ‘인천역사산책’ 또한 의식적인 차원에서 명품도시를 만들어 가는 노력 중 하나다. 명품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인식도 명품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명품도시로 가는 데에는 많은 인적자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명품 인적자원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적어도 의식문제에서는 말이다.
▲ 견수찬 인하대 박물관 학예사

기호일보가 나서서 선도적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계속해서 인천에 숨어 있는 명품 인적자원을 발굴·관리해 주기를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참석해 주셔서 좋은 말씀 나눠 주신 여러분,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일로 이 자리에 미처 참석하지 못한 필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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