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전문지 「시경」(박이정刊)이 창간됐다. 시인 홍일선씨가 편집주간을 맡은 반년간지로 "시대정신의 정화로서 시의 위상을 다시 찾을 수 있는 마당이 되고자 한다"고 창간의도를 밝히고 있다.

공자가 편찬한 중국 고대시가집 「시경」을 제호로 삼았지만 '경'은 '경서 경(經)' 뿐만 아니라 '경계 경(境)' '거울 경(鏡)' '밭갈이 경(耕)' 등 다의어로 사용된다.

창간호에는 고은 시인과의 대담 '한국시의 오늘과 내일', 김규동 시인의 해방전후 시문단사 회고 '구술 한국시문단사' 첫 회, 김지하 이성부 정현종 등의 신작시,이은봉 시인이 시로 쓴 '백석론', 시창작 과정을 단계별로 설명한 고려시대 문호 이규보의 글을 소개한 정민 교수의 기고, 팔레스타인 민족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쉬의 시세계, 강명숙 등 북한시인 8명의 최근작 등 풍성한 읽을거리를 담고 있다.

원로시인 고은은 대담에서 가락을 잃어가는 현대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김소월 홍명희 김학철을 우리 문학의 모국어 3대 전범으로 꼽기도 했다.

김규동 시인은 홍일선 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스승 김기림 시인은 모던한 생각을 갖고 있던 오장환을 칭찬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시정신이 부족해 고전적 낭만주의 울타리에 갇혔던 이용악이나 서정주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김 시인은 "1948년 당시 월북하지 않았던 김기림, 정지용 선생을 만나러 북쪽에 노모를 홀로 두고 남하했다"면서 이후 해방공간에서 겪었던 시문단사를 자세하게 전했다. 신석정, 김수영, 김광섭, 노천명, 김광균, 박종화 등 문인들과 교류하며 겪은 일화가 다양하게 소개된다. 262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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