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20일 오후, 롯데백화점 인천점에는 비가 내렸다.

그 비는 장마철에 내리는 ‘비’가 아닌, 할리우드에 진출한 월드스타 ‘비’가 내놓은 캐주얼 브랜드 ‘식스 투 파이브(six to five)’의 롯데 인천점 입점을 기념해 열린 이날 팬 사인회에는 일본에서 온 팬들을 포함해 500여 명의 팬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좁은 행사장 안에 문자 그대로 ‘발 디딜 곳 하나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찬 상황에서 본 행사인 사인회에 주어진 시간은 단 30분에 불과해 자칫 흥분한 팬들로 인해 사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무사히 끝난 이날 행사는 ‘월드스타’답게 사인을 못 받은 팬들에게 더 큰 만족인 간단한 포옹을 선사한 비의 임기웅변도 일조했지만, 비 개인경호팀과 함께 현장 곳곳에서 안전에 만전을 기한 롯데 안전실과 그 리더인 김동진(54)안전실장이 있었다.

“식스 투 파이브의 매출이 껑충 뛰었다니 행사는 성공이죠. 하지만 저한테는 매출만큼, 아니 그보다도 중요한 게 고객을 보호하는 일이에요. 다행히 이번에도 팬들이 협조적이고 비 씨가 잘 도와줘 무사히 행사를 잘 치렀습니다.”
지난 1980년부터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안전관리 업무를 시작한 김 실장은 2002년 인천점이 문을 열면서 인천으로 와 지금까지 안전실 직원 27명과 함께 주야로 백화점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2007년에는 백화점을 찾은 노인 머리에 껌을 붙이고 이를 빌미로 지갑을 터는 수법으로 전국에서 활동하던 절도범을 검거해 감사장을 받기도 했다.

“육감이었죠. 인천점에서도 발생해 고민이 많았는데 그날은 왠지 ‘오늘 올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손에서 껌 냄새가 나던 게 아직도 기억나네요.”
워낙 일에 빠져 지내다 보니 쉬는 날에 지하철을 타도 어느 순간 승객들에게 안전수칙을 말해주고 있더라는 김 실장은 얼마 전 여동생 초청으로 일본에 가서도 백화점의 선진 안전시설만 실컷 구경하고 왔단다.

유도를 오래해 운동선수와 비슷한 풍채를 지닌 덕에 취미생활도 검도, 스쿼시 같은 체육 쪽으로 생각했지만 정작 그의 취미는 보안장비와 ‘미드(미국드라마)’였다. 지금도 쉬는 날이면 보안장비 전시회와 용산전자상가를 찾을 정도로 50대라는 ‘사회적 나이’답지 않게 오랜 기간 발달한 그의 IT 감각은 CSI 시리즈부터 ‘히어로즈’까지 모르는 미국드라마가 없는 ‘미드 광’이라는 색다른 취미 하나를 만들어 줬다.

3년 남은 정년퇴임 후에는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하면서 백화점이 아닌 지역의 지킴이로 활동하고 싶다는 김 실장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동안은 롯데 인천점에서 안전도 중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실컷 느끼고 싶다.

그래서 김 실장은 “인천점의 안전점수를 매기자면 100점은 힘들 것 같고 90점 줄 것 같아요. 안전에는 마침표 없이 물음표와 느낌표만이 있기에 나머지 10점을 위해 고객들과 직원들과 함께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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