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문제. ‘백화점의 매출이 연간 1천억 원이라고 가정하면 전체 고객의 20% 가량 되는 VIP 고객들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19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Vilfredo Pareto)가 처음 주창한 ‘20대 80의 법칙’(전체 인구 중 20%가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론)을 연상시키듯 위 문제의 정답은 꼭 80% 언저리다.

이에 대해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송희옥(35)컨시어지에게 물으니 “인천점도 비슷한 수준이죠”라며 “물론 백화점 대부분 서비스는 일반 고객들에게 맞춰져 있지만 VIP 고객들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따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라고 답했다.

컨시어지(Concierge)라는 특급호텔에서나 볼 수 있던 전문 서비스 직책을 맡고 있어서 그런지 깔끔하기로 유명한 다른 백화점 사원들보다도 한층 고급스러운 인상 탓에 ‘이 사람도 VIP등급인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기본적으로 신세계백화점에서 VIP등급은 백화점 포인트카드나 연계된 신용카드로 1년에 800만 원 이상을 구입해야 한다. 세부적으로는 로열부터 아너스, 퍼스트, 퍼스트 프라임을 거쳐 전국 매출 1~999등까지만 주어지는 트리니티 등급까지 세분화돼 일반 고객의 ‘오는 고객 반갑게 맞는 서비스’가 아닌 ‘정해진 고객에게 찾아가는 서비스’를 하게 된다.

이들의 구매력은 상당해서 인천점만 해도 어떤 VIP 고객은 벌써 3억 원이 넘는 매출을 혼자 올려주고 있을 정도다.

“다른 고객들과 마찬가지로 VIP들도 불만사항을 말하죠. 다른 게 있다면 뒤로 드러눕는 일 대신 점잖게 ‘인천점이 좋아지려면 이런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에요. 감정이 상할 일은 적은 편이죠.”
기존에는 본점에서 일반 고객을 상대하던 송 씨는 2006년 인천점에 오면서 VIP업무를 맡아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새 불특정 다수의 고객이 아닌 특정 고객들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 재미에 빠져 있다.

“70대 할머니 고객이 한 명 있는데 업무차 연락했을 때 마침 입원 중이어서 말 한마디를 건넸더니 고맙다며 퇴원하자마자 백화점에 오더라고요. 가끔 찾아와서 보고싶다고 얘기하고 고객 한 명, 한 명과 가까이 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VIP들을 상대하는 일이 꼭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간혹 등급에 탈락하고서 VIP라운지를 이용하게 해 달라고 떼를 쓰거나, 이따금 VIP 고객들이 다른 직원과 갈등이 생겨 ‘고부갈등 사이에 선 남편’의 입장에 처할 때는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VIP 전용행사 초대부터 각종 기념일 축하, 명절 가정 방문에 쇼핑도우미까지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송 씨는 VIP들을 상대하다 보니 성공한 사람들의 노하우나 자녀 교육 방법을 들을 수 있어 좋지만 더 비싸고 좋은 것을 많이 알게 돼 가계 지출이 늘었다며 가정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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