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나운서실의 한국어 연구회(회장 이명용 아나운서실장)가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우리말을 아끼는 아나운서 몇몇이 뜻을 맞춰 창립한 한국어 연구회는 오늘날 전국 150여명의 KBS아나운서를 회원으로 하고 있다. 아나운서들의 우리말 사랑을 높이 평가한 KBS측은 86년 연구회 운영 부서인 한국어 연구부를 신설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있다.

한국어 연구회는 20주년을 맞아 15일 방송언어의 발전과 국어 문화 확산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관광부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다.

"80년 방송 통폐합으로 방송사 규모가 갑자기 커지면서 검증 안된 진행자들이 잘못된 언어를 쓰는 사례가 허다했습니다. 그래서 전영우 아나운서를 초대 회장으로 아나운서 몇명이 모여 우리라도 우리말을 바로잡는 데 일조하자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 벌써 20년이 됐네요."

이명용 회장은 83년 창립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이 연구회가 20년간 해 온 일은 다양하다. 우선 KBS TV와 라디오에서 각각 방송하는「바른말 고운말」을 제작ㆍ감수하는 일을 하고 있다.

박경희 한국어 연구부장은 "제작 이외에도 방송언어 오용사례 등을 모니터해 연말에 순회자료집을 내고 매년 논문집 1∼2편을 발표한다"면서 "또 아나운서 자체 교육을 비롯해 문화관광부와 연계해 경찰, 군 심리전단 요원, 지하철 안내방송 요원등 바른 언어가 필요한 사람들, 해외 한국어 방송 진행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활동을 소개했다

그동안 이 연구회가 발표해 온 논문집만도 53권에 달하고 단행본만 해도 30여권에 이른다. 지난 93년 「표준발음 대사전」을 비롯해 표준어와 북한의 표준어를 체계적으로 연구한 「함께 가야 할 남북의 말과 글」, 아나운서 지망생을 위한 「21세기 아나운서 방송인 되기」등이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98년 문화관광부의 세종문화상을 비롯, 장지연상 등 상패만 해도 10여개를 받았다.

이명용 회장은 "초창기에는 아나운서실 한 구석에 전화를 개설해 시청자들의 우리말에 관한 문의를 국어대사전을 놓고 일일이 찾아가면서 대답해주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박갑수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이현복 서울대 언어학과 명예교수 등을 자문위원으로 초빙해 방송언어의 오용사례 등을 학문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문위원만 해도 13명에 이른다.

박경희 부장은 "`울트라 캡숑 짱'하면 나이드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모르고 CF에 나오는 말이 너무 빨라 못 알아 듣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연령층별로 언어 전달 속도, 외래어, 은어 등과 시청자 이해 정도의 연관성에 관련한 체계적인 연구를 해 보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한국어 연구회는 20주년을 맞아 최근 그간의 오용사례를 바로잡은 단행본 「바른말 고운말」을 펴냈다. 또 KBS 사내 교육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온라인 교육(e-learning) 프로그램 40편을 조만간 우리말 교육이 필요한 일반인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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