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본사 이규식
 지난 13일 성남 일화와 조바한(이란)의 201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린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은 성남의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성남의 홈 팬들과 도쿄 현지 팬 1만여 명은 본부석 왼쪽 뒤편에 마련된 홈팀(성남)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상당수 팬들은 성남의 주 색상인 노란 유니폼을 입고 나왔으며 다른 팬들은 성남구단이 경기 전에 나눠 준 노란 막대풍선을 흔들어 경기장은 노란 물결을 물들었다.

3대 1로 성남 일화의 승리를 확정 짓는 종료 휘슬이 울리자 도쿄 국립경기장은 일제히 노란빛으로 물들었다.

노란 상의를 입은 성남 선수들은 운동장에서 하늘을 보며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렸고 벤치에서는 신태용 감독과 코치진이, 팬들은 서로를 와락 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올해 성남 일화가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축구팬들은 사실상 많지 않았다.

구단의 재정난으로 선수 보강을 하지 못한 채 ‘빈약한 스쿼드’ 때문에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4강 이상의 성적을 내기도 쉽지 않아 보였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구단 종교 문제로 홈구장 평균 관중 수가 5천 명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논두렁 잔디인 탄천구장 문제는 한동안 K-리그뿐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에도 도마에 오르내리는 등 명문 구단에 걸맞은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러나 성남은 ‘레전드’ 출신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선수들이 똘똘 뭉쳐 팀워크와 유기적인 플레이로 강팀의 면모를 보여 줬다.
모든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면서 팀에 희생한 것이 예상을 뒤엎고 K-리그 5위와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선 데 이어 아시아 정상에 등극하는 파란을 일으킨 것이다.

감독 2년차에 믿기 힘든 우승을 일궈 낸 신태용 감독과 14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른 성남. 그들의 도전은 12월 아랍에미리트서 열릴 FIFA 세계클럽월드컵으로 이어진다.

일화는 성남시와 연고지 계약도 안 된 상태로 전용구장도, 연습구장도 없다. 종교 문제로 성남시가 아닌 성남시 생활체육회 축구협회와 계약할 수밖에 없었던 성남 일화의 작은 기적이 계속 이어질지 지켜보는 축구팬들은 그래서 안쓰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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