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지호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명절 때면 일가친척이 함께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장거리 운전이나 여행, 생활리듬 변화, 과음·과식, 감염병, 안전사고 등 여러 가지 생활 변화로 잔병치레를 하는 경우가 많다.

▶장시간 운전과 여행=고향으로 가기 위해 장시간 운전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산소 부족과 근육의 피로가 문제가 될 수 있다. 하품이 나올 때는 산소 부족을 생각해 창문을 열고 자주 환기를 시켜야 한다. 장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특정한 근육만을 지속적으로 수축시키기 때문에 이들 근육이 쉽게 피로해져 근력이 약해지고 경직돼 긴장성 근육통을 일으킨다. 뒷목과 어깨가 뻐근해지고 뒷골이 당기며, 두통과 함께 눈이 피로해진다. 허리와 엉덩이 관절의 근육과 인대도 긴장돼 통증이 온다. 이는 운전자뿐만 아니라 차에 함께 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이를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운전 중 차가 잠시 정차해 있을 때 운전석에 앉은 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 모두 적어도 1시간에 한 번 정도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심호흡·스트레칭을 하도록 한다. 운전 후에는 찜질이나 마사지를 통해 근육의 피로를 풀어 주는 것이 좋다.
또 멀미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멀미로 고생하는 사람은 미리 멀미를 예방하기 위한 약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피부에 붙여 약이 흡수되는 패치형은 최소 4시간 전에 붙여야 하며, 졸리거나 입이 마르고 눈이 침침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먹는 약은 차 타기 30분 전에는 먹어야 하며, 졸리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예상하지 않은 멀미에는 바람을 쐬거나 승용차는 앞쪽, 배는 중앙, 비행기는 날개 쪽 등 진동이 적은 쪽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리듬 변화=설 연휴에는 평상시와 다른 환경에 노출돼 정신적으로도 흥분돼 피로감과 졸린 증상, 작업 능률의 저하, 전신근육통·요통·관절통·두통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친지들과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에 음주나 화투놀이로 밤을 새기 쉬운데 가능한 평소의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잠을 늦게 잤더라도 아침 기상시간을 평소처럼 지켜주는 것이 좋다. 부족한 잠은 일단 일어난 다음 짧은 시간의 낮잠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주부들은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가사노동과 시집 식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갈등 때문에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이 근육과 관절의 통증을 비롯해 두통·소화장애·피로감·불안·우울증 등의 질환을 일으킨다. 이에 남편을 비롯한 주위 가족이 가사노동을 골고루 분배해 줘야 하고 가족 내 갈등을 풀어 주기 위한 남편의 노력이 중요하다.
▶과식과 과음=명절 때는 평소에 먹지 않던 맛있는 음식에 과식·과음하기 쉽다. 과식 후 소화제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기에 과식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과식 예방법으로는 음식을 많이 차리지 말고 식사할 때도 대화하며 골고루 천천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과식·과음으로 복통·설사·소화불량 등의 위장장애가 발생할 때는 일단 한 끼 정도 굶고, 그 대신 따뜻한 보리차나 꿀물 등으로 탈수를 예방한 후 속이 편해지면 미음이나 죽부터 다시 먹도록 한다.

특히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신장질환·간질환·비만 등이 있는 사람은 전, 잡채, 고기 등 고열량, 고콜레스테롤 성분의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집단생활과 안전사고=명절에 많은 가족들이 함께 모여 감기나 독감에 주의해야 한다. 노인과 어린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손발을 자주 씻고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과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좁은 공간에 많은 가족들이 모이는 만큼 실내에서 절대 금연해야 한다.

설 연휴에는 음식 준비나 난방 등으로 여러 화기를 집 안에서 다루기 때문에 어린이 화상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 어린이들이 화기 근처에 접근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화상 시에는 가장 먼저 약하게 흐르는 찬 수돗물로 상처를 식혀 줘야 한다.
피부가 빨갛게 보이는 1도 화상의 경우에는 이런 응급처치만으로도 깨끗하게 나을 수 있지만, 물집이 잡힌 2도 화상이나 피부가 하얗게 변한 3도 화상은 충분한 시간 동안 찬물로 식혀 준 다음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아야 한다. 된장 및 감자 등을 바르는 민간요법은 절대 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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