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발전협의회 회장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체를 막론하고 인사권자가 바뀌면 전문성이나 투명성 등 인사원칙에 관계없이 잘못된 정실인사로 그 조직이 뭇매를 맞고 있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고사 성어에 나오는 공자가 제시한 인사원칙을 보면 ‘거직조저왕 즉민복(擧直措儲枉 則民服), 거왕조저직 즉민불복(擧枉措儲直 則民不服)’ - 정직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따르고, 정직하지 못한 사람을 들어 쓰고 정직한 사람을 버리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때 중앙정부는 TK, PK, 호남, 상고인맥 등으로 인사가 이뤄졌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또 현 내각 초기에는 고대, 영남, 소망교회를 중심으로 특정인을 내세운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해서 ‘고소영 내각’이라며 인사가 만사가 아니라 망사라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인사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나타나 선거로 바뀐 단체장은 업무의 중요성이나 전문성보다는 먼저 선거 공신들의 압력에 의해 인사원칙을 무시한 논공행상 인사로 공직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행태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인사권자가 지연이나 학연을 통해 또는 특정한 인연을 통해 가까운 사람들을 임명하거나 자리를 옮겨주는 것을 꼭 나쁘다고만 말할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 이들은 서로가 믿음을 갖고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면 그만큼 업무 능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사권자가 청탁이나 압력에 의해 사람을 뽑거나 자리를 옮겨줄 경우는 반대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압력이나 청탁에 의해 임명된 사람들은 대부분은 윗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인사권자가 인사 청탁을 폭로하고 인사위원들을 전원 교체하는 일이 벌어지겠는가.
얼마 전 인천지역의 한 구청장은 청원경찰과 주정차단속요원 채용과정에서 공정성을 기한다며 청탁사실을 공개하고, 구청공무원과 경찰을 대상으로 제비뽑기로 심사위원을 선정해 청원경찰과 주차단속요원을 선발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압력과 청탁으로 구청장을 괴롭혔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인사철이 돌아오면 외부의 압력이나 청탁을 받는 인사권자가 인사 청탁을 폭로한 그 구청장 한 사람뿐이겠는가. 선거 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인사 청탁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화 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가운데 언론에서 신선한 충격을 주는 기사를 봤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인사를 밀실에서 하지 않고 공개를 원칙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뿐이 아니라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학연·지연·혈연, 즉 3연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압력이나 청탁하는 사람을 공개하기로 원칙을 정해놓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인사권자가 관행화된 인사청탁을 끊기 위해서는 남다른 결심이 서지 않으면 정말 어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선거에서 도와줬던 사람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두고 보자는 식으로 난리칠 것을 뻔히 알면서 청탁이나 압력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이렇게 용기있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느 지역 자치단체장은 선거 때 도움을 받은 대가로 비서실장이 인사권을 갖고 인사를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각서를 써주고 단체장은 허수아비 노릇을 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져 세인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이제 새해부터는 인사(人事)가 망사(亡事)가 아니라 만사(萬事)가 되기 위해 수백 년 전 공자가 제시한 인사원칙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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