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가 노양의 문군이란 사람에 물었다. “지금 여기 한 사람이 있는데 그는 양고기와 쇠고기로 요리를 만들어 아주 여러 날 먹을 만큼 양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가 남이 떡을 만드는 것을 보고는 그것을 슬그머니 훔치면서 `나에게도 먹을 것을 줘야지 않습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해와 달을 분별하지 못해 그 밝음을 알지 못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그에게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어서 입니까.” 이에 문군이 대답했다.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어서 입니다.” 묵자가 다시 물었다. “초나라에는 사방에 밭이 널리 버려져 있어 이루 다 경작할 수 없을 정도고 수천 곳에 빈땅이 있어 이루 다 들어가서 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송나라와 정나라의 빈 고을을 보면 슬그머니 쳐서 차지하니 이는 앞서 말한 것과 다른 것입니까.” 문군이 다시 대답한다. “이것은 앞서와 마찬가지로 도둑질하는 버릇이 있어서 입니다.” 두 사람의 문답식 대화에서 도둑질하는 버릇이란 곧 탐욕이란 얘기다. 탐욕하는 자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지고 싶어하고 하찮은 것조차 버릴 줄을 모른다. 그런 집착과 욕망은 많은 재물과 거짓 명예를 가져다준다. 그래서 외관적으로 볼 때 그는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가슴속에서 구렁이처럼 꿈틀거리는 탐욕과 두려움이 살아있기에 그는 진정한 부자가 될 수 없게 된다. 비록 거친 밥을 먹을지언정 병이 없는 것이 병이 있어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 낫다. 익지서의 말이다. 즉 건강한 삶이냐, 산해진미를 앞에 둔 병자의 삶이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부자의 여유와 빈자의 나눔에는 얼마나 커다란 차이가 있는가. 요즘 뒷북친 정부의 부동산가격 안정책으로 투기의혹이 짙은 땅 매입자 3만여명이 조사됐다고 밝혔다. 돈 주고 산 땅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18개월 사이 23번이나 사들였고 8세된 애 이름으로 사들인 경우도 있다니 그것이 문제다. 투기를 노린 행위는 도둑이다. 과욕-투기-도둑. 결과는 병든자다.
(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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