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세기의 섹스 심벌’로 불리며 전세계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던 마릴린 먼로는 영화 ‘왕자와 무희’의 촬영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다. 영화에서 왕자 역할을 맡은 로렌� 올리비에는 셰익스피어 연극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로, 두 배우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언론과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촬영은 시작과 동시에 삐걱거렸다. 마릴린은 로렌스와 의견 충돌이 잦았고 특히 연기 방식이 너무 달랐다. 당시 마릴린은 메소드 연기법을 익히는 중이었다. 메소드 연기란 배우가 극 중 인물에게 완벽하게 몰입해서 연기하는 방식으로 마릴린은 매 촬영마다 무희 역할에 충실하고자 자신의 온 내면을 역할에 맡게 바꿔야 했고, 몰입을 위한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촬영 때마다 지각이 다반사였고 이에 로렌스 올리비에를 비롯한 대다수의 스태프들의 불만이 커져 갔다. 잦은 의견 충돌과 할리우드와는 다른 낯선 환경에서의 외로움은 그녀를 더욱 고독하게 했다. 게다가 마릴린의 세 번째 남편인 극작가 ‘아서 밀러’와의 불화 또한 촬영 내내 이어져 그녀를 더욱 지치게 했다.
만인의 여인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어느 누구에게도 편하게 기댈 어깨를 찾을 수 없었던 외로움과 쓸쓸함만이 그녀를 온통 잠식해 갈 즈음 따뜻한 미소를 만난다. 영화 ‘왕자와 무희’의 제3조감독 콜린의 차분하고 사려 깊은 태도는 마릴린에게 위로가 돼 준다. 콜린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그녀 내면의 섬세함을 이해하고 헌신적으로 보듬어 주면서 유일한 친구이자 안식처가 돼 준다. 숨 막히는 촬영장을 벗어난 두 사람만의 외출. 일주일간의 달콤한 시간은 콜린에게도 마릴린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
배우 마릴린 먼로가 사망한 지 50년이 지났음에도 그녀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올해 초 개봉한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당시 조감독이었던 콜린의 회상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으로, 마릴린 먼로의 스크린 밖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 내고 있다. 화려함 뒤에 숨겨진 그녀의 아픔과 외로움, 연기를 향한 열정과 노력 등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봐 왔던 외면이 아닌 마릴린의 내면을 보여 주며 그녀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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