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창건된 불국사 경내에는 아름답고 독특한 건축미를 갖춘 석조물인 석가탑과 다보탑이 있다. 국보 20호로 지정된 다보탑은 통일신라 전성기에 만들어진 화려한 탑으로 사면에 8층 계단을 가설한 4각 기단 위에 세워진 3층탑으로 사람들이 도를 닦아 부처님의 세계에 도달하는 과정을 사각형과 8각형, 둥근 연꽃모양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무영탑으로도 불리는 국보 제21호인 석가탑은 석가여래가 탑속에 깃들어 영원히 설법하는 탑이라는 뜻으로 석가여래 상주설법탑이란 본래 이름을 갖고 있다. 석가탑은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석공 아사달과 아사녀의 슬픈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다. 백제의 조탑공인 아사달은 많은 사람들의 찬사속에 다보탑을 완성하고 석가탑을 만드는데 온 힘을 기울였다. 고향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그의 아내 아사녀는 오랜 기다림을 견디다 못해 서라벌 불국사를 찾았으나 탑을 만드는데 지장이 있다고 판단한 주지스님이 탑이 완성될 때까지 인근 연못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날마다 연못에서 탑이 완성되기만 기다리던 어느날 환한 달빛을 받은 기묘한 모습의 흰 탑이 못 속에 나타났다. 그리움과 기다림에 지친 아사녀는 기쁜 마음에 남편 아사달을 부르며 물 속의 탑을 껴안았지만 허우적 거리며 물속에 잠겨버렸다. 이윽고 석가탑을 완성한 아사달이 아내가 멀리 백제에서 자신을 찾아왔다는 소식에 연못을 찾았지만 아내는 이미 죽은지 오래였다. 넋을 잃고 물빛을 응시하던 아사달은 미친 듯 아내 아사녀의 이름을 부르며 물속으로 뛰어들어 아사녀의 뒤를 따랐다. 그래서 연못에 비쳤던 다보탑은 유영탑이라 부르고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던 석가탑은 무영탑이라 불렸다. 최근 다보탑과 석가탑 등 경주의 3대 석탑이 최대 1도까지 기울어진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나라의 한과 영광이 녹아들어 있는 문화재가 이 지경까지 되도록 방치한 문화재당국의 몰역사에 대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문화재가 사라지기 전에 원인을 밝혀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植)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