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인천경실련 공동대표(변호사/기호일보 독자위원장)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채택되어 1975년부터 효력이 발효된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조약이 람사르(Ramsar)조약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101번째로 가입한 조약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람사르 지정습지로 전남 순천만이 있고 인천 강화도의 매화마름 군락지 등이 있다.

순천은 1997년 시비와 국비 24억 원을 투자해 약 100만 평의 순천만에 갈대밭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노력은 순천지역의 환경보전단체와 시민사회들의 노력으로 시작된 순천만 보호운동의 결실이었다.

그러나 순천시에서 1997년 하천정비사업계획을 발표해 순천만 일대의 갈대밭을 현대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선언했고, 1999년 1월경에는 순천만 부근의 농민들이 갈대밭에 농사에 해로운 해충들이 살아있다는 이유로 갈대밭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하늘이 내린 정원’이라는 세계적인 희조류의 서식지이며 세계적인 갈대 군락지인 한국의 생태 수도 순천시 순천만의 과거 역사이다.

1997년 발행된 경향신문과 1999년 발행된 한겨레신문에 보도된 내용들의 일부이다.

순천시를 흐르는 동천과 상내면에서 흘러온 사사천이 만나 여수반도와 고흥반도 사이로 흘러가면서 형성된 순천만은 남북의 길이 약 30km, 동서의 길이 약 22km이고, 주위에 고흥군·보성군·여수시·순천시를 두르고 있고, 800만 평의 광대한 지역에 펼쳐져 있다.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 러시아 아무르강과 바이칼호에서 내려오는 천연기념물 제228호 흑두루미를 비롯해 천연기념물 제199호인 황새, 제205호인 저어새, 제203호인 재두루미 등 11개의 세계적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고 국내 조류의 절반에 해당하는 140여 종의 각종 새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1997년부터 시작된 순천만의 생태공원 작업, 갈대밭 조성작업이 10년 지나 순천시를 한국의 생태도시로 거듭나도록 한 원동력은 순천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제일 중요했던 것으로 손꼽힌다.

농사에 해로운 병충해가 잠복해 있다면서 갈대밭에 불을 지르는 농민들을 설득하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좋은 장소를 파헤쳐 여관이나 식당을 지으려는 주민들을 이해시키고, 공장을 신축해 사업하려고 하는 시민을 설득해 친환경 생태공원을 갖춘 한국의 생태도시라는 공동의 목표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201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박람회에 사용한 다양한 친환경 국제 정원까지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희귀조와 각종 새들의 천국인 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제공하게 된다면 순천시는 그야말로 세계의 생태도시로 승화할 것이다.

반면에, 1997년 시작한 순천시의 친환경 생태도시건설 계획보다 2년이나 앞선 1995년경부터 송도신도시개발 사업을 시작한 인천시의 현재의 모습은 어떤 상태인가?

순천시의 24억보다 수백 배 많은 자본을 투자했음에도 20년이 다 되는 지금에 돌아온 것은 거대한 자연환경의 영구적 파괴와 경기불황의 고통이다.

경제 집중화란 미명으로 인천공동체를 송도신도시와 원도심으로 분리해 놓는 지역 간 양극화 현상까지 잉태하고 있다.

순천시가 자연환경 보호를 통한 미래 생태도시 창조에 착안한 것과는 정반대로 인천시는 하늘이 내려 준 그 많은 갯벌과 습지들을 모두 파괴하고 그 위에 시멘트를 덮어 아파트를 지었다.

거대한 아파트단지 건설과 수조 원 짜리 각종 체육행사가 인천시를 세계적인 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시정을 펼쳤다.

그야말로 하늘에 역행하고 자연에 역행하며 물질지상주의 정책에 매진한 것이다.

그 결과는 물질적 공허와 자연파괴로 인한 땅과 하늘의 오염과 인간 정주기능의 상실이다.

그렇다면 인천은 현재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가?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오는 ‘경제수도 인천’이라는 구호는 너무 정치적이고 계산적이다.

복지 인천이라는 구호도 현실을 되돌아보면 너무 공허하다.

3년 전에 출범한 현재의 인천시 지도력은 280만 인천시민의 애향심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정치적·도덕적 흡인력이 부족하고 시민의 민주적 참여권 보장에도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1년 후가 되면 새로운 리더들이 등장해 인천시를 이끌 것이다.

과거 인천시의 리더들이 보여준 리더십은 정치적인 면이나 미래전략의 면에서나 차별성도 별로 없었고 독창성도 거의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리더들의 미래발전 전략은 대형 토목사업을 통한 경기부양, 외국기업 유치를 통한 부의 창출, 외국에 인천을 널리 알리는 홍보성 국제 행사 등이었다.

1년 후 인천의 새로운 리더가 되고자 하는 인물들은 과거 리더들이 수행한 미래전략이 얼마나 반인간적이고 반환경적이었는지, 그로 인한 폐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반문명적인지를 한 번쯤 되볼아 보기를 바란다.

더불어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송영길 시장도 자신의 리더십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친문명적이고 친환경적이며 미래지향적인지 성찰해 보길 권한다.

정치적 평화와 경제적 번영이라는 구호가 진정으로 시민들의 가슴에 조그만한 울림이라도 있으려면 그 이전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도 한 번쯤 돌이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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