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하우스 다운'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익숙한 고전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로 명성을 얻은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을 맡아 풍성한 액션과 유머, 긴장감을 솜씨 좋게 버무렸다.

여성 관객이라면 할리우드에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배우 채닝 테이텀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데 만족할 만한 영화다.

일찍 결혼해 10대의 딸을 둔 존 케일(채닝 테이텀 분)은 군에서 전역하고  하원의회 의장의 경호원으로 일하고 있다.

 딸과의 관계가 계속 어긋나기만 하는 게 안타까운 케일은 아이답지 않게 정치에 빠진 딸에게 잘 보이고자 대통령 경호실에  들어가려고 지원한다.

면접시험을 치르는 날 딸에게 백악관을 구경시켜 주려고 함께 데려가는데, 케일은 학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면접에서 떨어지고 만다.

 할 수 없이 집에  돌아가려다가 백악관 관광객 투어 프로그램을 함께하자는 딸의 손에 이끌려 백악관 안을돌아보게 된다.

그 시각 백악관에 시설 수리공으로 위장해 들어온 한 무리의 테러리스트들이 폭탄을 터뜨리고 치밀한 작전으로 백악관의 병력을 무장해제시킨다.

 집무실에 있던 대통령(제이미 폭스)은 지하의 비밀 벙커로 대피하는데, 바로 옆에 있던 경호실장이본색을 드러낸다.

 테러의 주동자가 바로 경호실장이었던 것.폭탄이 터진 순간 화장실에 간 딸을 구하려고 찾아다니던 존은 대통령이 위험에빠진 것을 목격하고 대통령을 구해준다.

 이때부터 대통령은 존에게 의지하고 존은눈부신 실력으로 대통령을 보호하며 테러리스트들에 맞선다.

영화는 백악관이 완전히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넘어간 상황에서 군인 출신의  유능한 경호원이 혈혈단신으로 분투하는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그렸다.

 주연배우인 채닝 테이텀의 맨몸 액션이 빛을 발한다.

그의 영웅적인 활약이 거창한 충성심보다는 딸을 구하기 위한 평범한 아빠의 마음에서 비롯됐다는 설정은 영화의 개연성을 높이고 관객의 공감을 끌어낸다.

또 테러리스트들의 정체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뻔하게 등장하는 아랍 조직이나북한 등의 반미 국가가 아니라 세계에 무기 판매를 지속하려는 거대 군수업체와  그들과 결탁한 보수 정치인이라는 점도 설득력을 높인다.

흑인 대통령이 세계 평화 선언을 실행하려고 하고 이에 반대하는 강경 세력들이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한다는 설정은 다분히 미국의 현실 정치를 빗댄 듯한 모습이다. 소탈한 대통령의 성품과 조던 농구화를 애지중지 아끼는 모습 등은 미국의 현  대통령을 연상시켜 웃음을 자아낸다.

총알이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잇따라 터지는 가운데서도 주인공이 한방의 총알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만이 비현실적일 뿐이다.

최근 개봉한 '백악관 최후의 날'과 제목이나 설정이 비슷하지만 서로 전혀 관련이 없는 영화다.

27일 개봉. 상영시간 131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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