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요계에 힙합이 강세를 띠면서 9-10월에만 대규모 힙합 페스티벌이 잇달아 열린다.

오는 27-28일 대전 갑천호수공원에서 '힙합 코어 페스티벌', 10월 12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2013 더 크라이-스탠드 업 코리아', 10월 26-27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K-힙합 네이션 2013'이 예정돼 있다. 지난 7일에는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2013 원 힙합 페스티벌'도 개최됐다.

힙합의 저변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힙합 장르를 특화한 공연이 열리는 건 긍정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공연기획사들이 힙합의 인기에 편승해 비슷한 시기 중복된 출연진의 공연을 우후죽순 선보여 '그 나물에 그 밥'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최근 힙합계 '디스(Diss) 전'의 주인공인 스윙스는 '원 힙합 페스티벌'에 이어 '힙합 코어 페스티벌', '더 크라이-스탠드 업 코리아', 'K-힙합 네이션' 모두에 출연한다.

또 스윙스와 같은 소속사인 버벌진트, 범키, 산이 등 브랜뉴뮤직 가수들은 올해 음원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덕인지 모두 3-4개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밖에도 리쌍, MC스나이퍼, 배치기, 가리온, 빈지노, 도끼, 긱스, 소울다이브, 제이통, 지조 등도 중복 출연진이다.

앞서 지난 7월 킨텍스에서 열린 '2013 월드 힙합 페스티벌'과 8월 유니클로 악스홀에서 열린 '2013 프리스타일 데이'에도 빈지노, 산이, 도끼 등이 모두 참여했다. 그나마 CJ E&M이 주최한 '원 힙합 페스티벌'에 타이가와 넬리 등 미국 힙합 스타들이 출연한 게 특이점이다.

공연업계는 올여름 다섯 개의 록 페스티벌을 열면서 해외 팝스타 모셔오기 경쟁을 하느라 제작비를 과다 지출했다. 게다가 관객이 분산되면서 수십억원 씩의 적자를 봤다. 이런 점에 비추어 공연업계는 한정된 힙합 팬들의 규모를 고려할 때 차별점이 없는 힙합 공연은 '제살깎아먹기'라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공연업계 관계자는 "특화된 콘셉트를 잡지 않고 방송을 통해 인지도가 높은 유명 래퍼들과 인디 힙합계의 래퍼들을 섞어 출연시키는데 그칠 경우 올여름 록 페스티벌들처럼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출연진의 릴레이 무대로만 꾸민다면 공연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힙합 공연을 개최하는 한 기획사 관계자도 "몇몇 출연진을 공들여 섭외했는데 또 다른 힙합 공연이 생겨나면서 거기에도 출연진으로 결정되더라"며 "인지도와 실력을 겸비한 힙합 아티스트의 저변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중복 출연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대목은 아쉽지만 올해는 이같은 합동 무대들이 힙합계에 활력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상반기부터 배치기, 긱스, 버벌진트, 산이, 범키 등 힙합 뮤지션들이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며 선전했다. 또 엠넷 '쇼미더머니 2' 등을 통해 숨어 있는 고수 래퍼들이 인지도를 높였다.

이센스와 스윙스, 다이나믹듀오의 개코와 사이먼디 등이 펼친 '디스 전'으로 힙합에 대한 대중적인 이목도 집중된 터라 이들 래퍼들의 실력을 직접 보려는 관객들을 위한 무대도 필요하다는 견해다.

한 유명 힙합 레이블 이사는 "올해는 힙합 팬층이 두터워진 상황에서 수요를 위한 공급도 분명히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러나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합동 공연들이 특화된 연출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