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년(甲午年) 새해. 인천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문화활동이 전개될 것이다.

올 가을 45억 아시아인을 감동케 할 아시안게임에 이어 내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책의 수도가 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한다.

이 때문일까. 올해는 적어도 ‘인천시민’이라는 문화적 자긍심을 100% 충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특히 2015년 인천이 세계 책의 수도가 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도시 곳곳에 책 읽는 문화가 넘쳐나고 시민 모두가 책과 가까이 지내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따라서 본보는 올 한 해 지역의 여러 도서관과 함께 시민들이 좀 더 책과 가까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 캠페인과 함께 ‘책 읽는 도시 인천’을 연중 기획한다.

앞서 지난해 말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인천이 책 읽는 도시로 가기 위한 창조적 전략’ 포럼에서 나온 토론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독서 캠페인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편집자 주>

   
 

▶권지예 작가(소설가)=프랑스 파리 유학시절 유아전용도서관부터 다양한 도서관들이 집 근처에 있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돈이 없어 책을 못 본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환경이었다. 노숙인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보는 것을 보며 참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당시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모습이 그 당시 프랑스의 모습과 많이 닮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프랑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노숙자건 어린아이건 인간이 책을 읽고 싶도록 욕구를 자극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책이 잘 팔리려면 작가는 글을 잘 써야 하고 출판사는 책을 잘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책과 쉽게 접할 수 있는 도서관 역시 다양한 이벤트로 시민들이 찾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책은 공공의 자산이다. 그리고 도서관은 공공의 장소다. 시민 누구나 공공의 자산을 공공의 장소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책에 가까이 지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실 교육 환경과 부모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교육의 중심이 ‘독서’였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등수 매기기 위해 페이퍼를 들이밀기보다는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하면 좋겠다.

정책을 만들어 가는 공무원들 또한 가장 먼저 책을 읽고 문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부모들 또한 아이를 위해 자신이 먼저 책을 들 것을 권한다.

▶김명성 인천시 도서관정책팀장=인천이 ‘세계 책의 수도’로 선정된 데는 남미·유럽·아시아 여러 경쟁 도시들 중에서도 제안서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 읽는 도시 인천’ 사업들을 고민했는데 막상 선정되고 나니 책과 관련된 모든 인프라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인천시는 현재 9개 분야 40개 프로그램을 유네스코에 제안했고 국제행사 등 기본적인 사업들을 준비하면서 특화된 사업들도 고민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전자출판단지’로 부평산단 또는 남구문화사업진흥지구에 전자출판을 육성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의 집필공간 또한 원도심의 유휴공간들을 임대해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앞서 네덜란드 공공도서관을 벤치마킹하던 중 바닷가 인근에 세워진 도서관에서 많은 감흥을 느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고 바닷가를 보는 모습 속에서 ‘저절로 책을 읽게 되는 공간’이란 생각을 했다.

우리도 특화된 도서관, 예를 들어 점자도서관, 노동도서관 등의 인프라를 조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진계획단이 꾸려지면 ‘2015 세계 책의 수도’에 걸맞은 사업들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배창섭 율목도서관장=책 읽기 운동은 도시가치를 상상 그 이상으로 높이는 무형의 도시계획이다. 실례로 인근의 군포시는 인천 인구의 10분의 1 도시임에도 문인들이 살고 싶어하는 창작문화도시로 변화했다.
사실 인천은 체육문화시설도 상당하고 지하철도 다니는 등 도시 기본 인프라가 뛰어나 도서 관련 문화 조성에 이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최불암, 박태환 등 지역 체육예술인들의 재능기부를 통한 ‘소리책’ 제작 등도 책 읽는 환경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처럼 책이 학습의 요소로만 보이는 것에서 벗어나 재밌는 형태로 변화된다면 보다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다. ‘재밌게 책 읽는 방법’을 공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

또 스마트폰이 폭넓게 쓰이는 현재를 두고 출판시장의 어려움을 얘기할 것이 아닌,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율목도서관 또한 현재 스마트폰 NFC(근거리무선통신)를 책문화 진작에 활용하고 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체계가 달라 협조가 잘 되지 않는 지역 도서관들끼리의 원활한 소통이라고 본다. 연석회의 등의 제도가 마련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눈다면 ‘책의 수도 인천’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고민들이 모여 책 읽는 도시 조성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송경희 상명대 예술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지난해 9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의 요청으로 ‘도서관 협동조합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사실 공공의 영역을 협동조합으로 만든다는 자체가 이율배반적이지만 가능한 점들을 검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 이론상으로는 지역의 ‘작은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만들기’ 사업과 연계한 협동조합 모델이 가능하다는 결론이다.

먼저 해외 사례를 보자면 일본의 경우 비즈니스 커뮤니티 케이스로 지역 마을 안에서 작은 서점들이 살아갈 수 있는 모델이 있다. 이탈리아에는 지역과 마을을 연계하는 협동조합이 존재한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협동조합의 형태로 전환한 ‘전국서점 협동조합연합회’와 ‘마을 북카페’가 마을도서관과의 연계를 통한 마을협동조합 등 출판과 독서 관련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술적 활성화도 ‘사람중심’의 기본 베이스를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반드시 이 두 가지가 상생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공공영역의 책임성은 국가가 담보해야 할 것이다.

▶이은진 시민=북카페가 많이 생겼지만 실제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책의 도시’ 조성 방안으로 제시된 ‘북플랫폼’ 중 하나인 북카페가 향후 일반 카페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만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최근 주목받는 스토리텔링과 힐링을 접목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충북 청주에서 잠시 지낼 때 작은도서관이 진행한 ‘책쓰기 프로그램’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동네에 글쓰기에 관심있는 분들을 모아 글을 쓰도록 유도하고 책을 출판하는 것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등단을 한 사람들도 있고, 사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책의 도시 조성의 가장 기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책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여건상 책을 읽지 못한다는 시민들도 많다. 시간을 쪼개서라도 책을 찾아 읽을 만한 동기를 ‘책의 공간’인 ‘북플랫폼’이 부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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