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출이 마침내 1천억 달러의 고지를 넘었다. 도는 이번 수출 1천억 달러 달성으로 울산을 넘어 수출 1위로 부상하는 고무적인 성과를 보여 줬다.

경기 수출의 선봉장인 이진호 한국무역협회(KITA) 경기지역본부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기도 무역의 저력과 올해 전망 및 향후 과제 등을 짚어 본다.

다음은 이진호 경기지역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수출 1천억 달러 달성의 의미와 경기도 수출이 선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수출 1천억 달러는 2012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200개 수출국 중 약 40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규모로 보면 헝가리나 베네수엘라의 연간 총수출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처럼 경기도 수출이 약진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경기도의 효자 수출품목인 IT제품 수출이 세계 시장에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준 것이 주효했다.

 현재 경기도의 톱10 수출품목 중 6개 이상이 IT제품에 해당될 정도로 도내 IT 수출 비중이 높은 상황인데,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반도체·휴대전화·LCD 등 소위 IT 트로이카(troika) 수출이 전년 대비 2~30% 이상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수출성장세를 주도했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단가 상승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일부 D램 단가는 1년 만에 30% 이상 상승하기도 했는데 지난해 7월 마이크론의 일본 엘피다 인수 등 그동안 반도체업계의 구조조정 건으로 제한적인 공급 상황이 지속됐고, 글로벌 시장에서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가 꾸준하게 유지된 것도 영향이 있었다.

과거 USB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낸드플래시도 최근에는 스마트폰 저장매체에 활용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것도 한몫 톡톡히 했다.

최근에는 신규 국내 투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 지난해 12월 말에는 SK하이닉스가 이천공장의 신규 클린룸 건설에 1조8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경기도 수출이 좋은 기세를 타고 있는 반면, 최근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여파로 신흥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도내 수출기업의 무역환경 기회와 위협 요인은 각각 어떻게 전망하는가.
▶기회 요인은 선진국 수요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지난달 IMF는 올해 세계경제 전망치를 3.7%로 소폭 상향 조정하면서 선진국 수요 확대와 이에 따른 신흥국의 수출 반등이 예상된다. 반도체·스마트폰 등 IT 수출비중이 높은 경기도 입장에서는 미국·EU 등 구매력을 갖춘 선진 IT 소비시장의 수요 회복 여부가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실제로 지난 1월 국제무역연구원이 무역업계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7.7%의 응답자가 선진국의 경기 회복을 가장 큰 기회요인으로 지적한 바 있다.

또 올해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이 있기 때문에 빅 이벤트 효과로 도내 가전기기 수출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미 연준의 단계적인 양적완화 축소가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우려를 낳고 있는데, 사실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작년부터 이어져 온 출구전략은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 호조세를 반영한 의도적이고 점진적인 정상화 과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경기 회복의 속도가 문제인데, 출구전략이 단계적으로 시행되면서 주변국에 대한 시장충격도 갈수록 최소화돼 전반적인 수출경기는 완만하지만 꾸준히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수출은.
▶지난해 수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에 이로 인한 기저효과로 올해 수출 증가 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올해도 연말까지 약 7%대의 견조한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수출의 경우 PC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다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모바일에 활

   
 
용되는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지난해에 이어 전반적인 반도체 수출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다.

또 LCD 등 디스플레이와 영상기기 수출도 완만하게나마 수출 확대가 예상된다. 최근 스마트폰 수요 증가와 대형 OLED 시장 확대, 올림픽 및 월드컵 특수효과 등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해 미약하지만 완만한 호조세를 보일 것이다.

비IT품목의 경우에도 지난해 10% 이상 수출호조세를 보였던 자동차부품, 플라스틱 기기, 기구부품 등 기계류 및 중간재 부품 수출이 선진국 수요를 중심으로 올해도 무난한 수출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IT 수출성장세가 기대되는데, 하지만 IT업계는 빠른 성장만큼 기복도 심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주력시장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는 국내 제품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인 반면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5% 수준에 머물고 있다.

현재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4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 확대와 시장경쟁력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수출시장 개척은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끊임없는 R&D를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핵심 소재, 부품 분야에 대한 일본산 제품 의존도도 점차 낮춰 가야 한다. 현재 반도체 장비 분야의 국산화율은 20%를 간신히 넘은 수준이며, 반도체 소재 분야는 약 48%에 그치고 있다.

즉, 국산화가 선행돼야 경쟁력이 생긴다. 일괄생산공정을 이뤄낼 수 있어야 원가도 줄이고 다양한 제품 라인업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

   
 

좋은 예로 지난 1980~90년대 TV 시장의 최강자였던 일본의 소니는 결국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패널 자체 생산에 실패하고 가격경쟁력을 빠르게 상실했던 반면, 삼성과 LG는 패널 생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다양한 제품라인업을 갖춘 결과 품질과 가격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올해 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가 계획하고 있는 수출지원사업과 도내 무역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경기지역본부는 올해를 수출 2천억 달러 도전의 원년으로 삼고 쉽고 빠른 수출지원시스템 구축을 위해 크게 3가지 사업 방향을 수립했다.

첫째로 SNS를 통한 B2B 마케팅 등 저비용·고효율의 온라인 해외 마케팅 지원사업을 적극 실시하고, 도내 최초로 샘플 제품의 해외 운송 지원사업을 전격 시행해 경기도 영세 수출기업과 수출 초보기업의 해외 마케팅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둘째로 오는 4월 중 ‘라스베이거스 보안기기전’ 및 ‘도쿄 G페어 한국우수상품전’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홍콩 추계전자전’, ‘선전 하이테크페어’ 등 해외 유망 전시회 및 한국상품전 참가를 적극 지원하고, 셋째로 연중 종합상사 출신의 트레이드 SOS 해외마케팅 전문위원 8명을 경기도 전역에 권역별로 배치해 업체들의 실시간 무역 애로 파악과 신속한 현장 대응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사진=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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