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안철수 의원이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됐다. 2013년 4월 24일 서울 노원병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이 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제1야당의 당대표가 됐으니 그새 많은 변신을 거친 것이 분명하다.

지난 1년 동안 안철수 의원이 쏟아냈던 말과 실제 행동이 떠오른다. 양당제의 폐단이 한국 정치를 구태정치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해 놓고선 제1야당의 당대표로 변신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한 사례가 없다고 진단해 놓고선 새정치연합이라는 사실상 정당을 만들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인 연합은 없다고 약속해 놓고선 정치적 연합을 뛰어넘어 민주당과 통합해 창당을 해 버렸다. 그래서 새 정치를 갈구하는 국민적 여망이 반영된 안철수 현상에는 정작 안철수가 없고, 안철수가 주장했던 새 정치에는 전혀 새 정치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

지금 여의도 정가에는 신당의 운명이 바람 앞의 촛불과 같다는 말이 돌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안철수 의원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신당의 인기가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과 함께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을 창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에서는 현역 광역단체장의 재선 가능성이 낮지 않았다.

그러나 신당 창당 이후에 오히려 재선 가능성이 낮아졌다.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신당이 참패하게 되면 안철수 의원은 상당한 책임론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너무 멀리 끌고 왔기 때문이다.

주지하듯이 안철수 대선후보가 캠페인에서 철수하면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받았다. 문재인 후보가 말썽 많고 문제 많은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받을 수는 없었다. 그 뒤에 박근혜 대선후보도 이를 공약했다. 갈팡질팡하던 안철수 의원이 이 공약을 재고할 듯하다가 이번에 신당을 창당하면서 다시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바꿨다.

원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는 위헌 판결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초 2006년 정당공천제가 도입될 때 정당공천이 없는 것이 위헌이라고 했던 바 있다. 게다가 다른 선거는 다 하는데 기초선거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헌법적 권리인 평등권의 위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정당이 공직후보자를 공천하지 않는 것은 정당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방기하는 것이다. 또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서 얻고자 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이나 이들이 충족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문제를 파생시킨다는 정치학계의 논문이 이미 다수 나와 있다.

이러할진대 안철수 의원은 이번 선거를 ‘약속의 정치(새 정치) 대 공약 파기의 정치’라는 구도로 치를 생각인가보다. 물론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공약을 여러 가지 지키지 않았으니 이러한 공격은 타당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약속, 신뢰, 원칙’이라는 브랜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구축해 놓았다. 그렇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다 지켰거나 신뢰를 지켰거나 원칙대로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다져 놓았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서 안철수 의원은 항시 왔다갔다하고 우유부단하고 이리저리 재고 항시 물러서고 언행이 불일치하는 이미지를 심어 놓았다. 이래서는 ‘약속의 정치 대 공약 파기의 정치’라는 선거구도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한 지킬 약속이 따로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집이고 집착이라고 할 수밖에. 자신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을 지키느라 기초선거 후보자들은 다 죽는다. 아버지가 대선에 나갈 준비를 하느라 약속을 지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기초선거에 나가는 자식들은 다 죽는 형국이다.

그 자식들은 수년간 정당 활동을 해 오고 행정경험이나 의정활동을 해 왔던 인재들로 수천 명에 달한다. 무릇 정치인이라면 자식을 살리고 아버지가 대신 죽는 자세가 필요한 게 아닌가? 세상에 선거를 앞두고 가장 중요한 당원들을 탈당시키고 알아서 살아오라고 하는 정당이나 당대표가 어디에 있나? 이번 지방선거가 끝나고 안철수 의원이 약속을 잘 지켜서 역시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을지 아니면 선무당이 사람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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