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희선 객원논설위원

 우리 사회는 현재 각 분야에 걸쳐 심한 갈등과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엄청난 태풍이 몰아치는 망망대해에서 나침반마저 고장난 배를 타고 위험한 항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이 아슬아슬하다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병영 내의 불상사를 비롯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후진적 모습, 사회지도층의 일탈행동,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 문제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불안과 싱크홀(sink hole)이 도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건들이 새롭게 나타난 것이라기보다 전에는 감춰져 있거나 모르고 있던 일들이 드러나는 세상이 됐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사리사욕과 전쟁을 일삼는 정치꾼들, 섣부른 논객과 식자층,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방송과 언론 등 사회지도층 모두 이제는 자성하고 힘을 모아 나라를 걱정하고 미래 생각에 몰두해야 할 때라고 부른다. 특히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공감문화를 조속히 성숙시켜 나가야 한다.

공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의 처지에 놓고 생각하며, 그 사람의 느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사람의 감정을 느끼는 능력이다. 이는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연민과는 다르며, 내가 다른 사람이 됐을 때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프리에이전트의 시대」의 저자 다니엘 핑크는 공감능력이 21세기 사회에서 생존하는 데 필요한 직업적 기술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은 생활윤리이기도 하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는 수단이며, 국가와 민족을 초월해 우리를 다른 사람과 연결해 주는 보편적 언어라고 했다. 또한 우리를 인간답게 만들고 기쁨을 주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수단인 것이다.

「정서지능」의 저자 다니엘 골만도 정서적 능력이 기존의 지능적 능력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유러피안 드림」의 저자 제러미 리프킨은 「공감의 시대」에서 21세기는 적자생존 시대에서 공감생존의 시대로 바뀌고 있다고 하면서 공감의 시대에서는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전세계적으로 ‘공감’ 개념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감문화는 특히 학교조직에서부터 강조돼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2010년 4월 미국의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감혁명을 크게 다뤘다.

이 기사는 공감개발을 강조하는 새로운 교육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으며, 교육자들은 공감능력을 개발할 때 학업성취도 향상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기간 조사를 비롯한 많은 연구에서 ‘이상적 교사상’으로 나타난 핵심 내용은 ‘학생 이해와 사랑’이다. 즉, 학생을 잘 이해하는 교사가 참된 스승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오늘날의 청소년은 지금의 성인이 자라던 생태환경에서 자라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성인들이 자신의 청소년 시절에 가졌던 인생관·사회관·세계관으로 청소년을 이해하고 지도하려면 갈등이 생긴다. 공간으로 병존하는 것을 시간적 전후로만 파악하지 말고, 상호적인 가치를 이해하며 존중할 때 교육의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청소년의 이해는 발달심리학적 이해와 더불어 사회심리학적 측면의 이해도 강조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을 이해함에 있어서는 공감적 이해가 참다운 이해다.

공감적 이해는 학생의 입장이 돼서 그를 이해함을 말한다. 학생이 지닌 감정, 갈등, 고민, 의견, 가치, 이상을 그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보는 것을 뜻한다. 이런 학교문화에서 자란 학생들은 성실이 돼서 공감문화를 성숙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금번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진정한 소통은 다른 사람의 경험, 희망, 소망, 고난과 걱정을 들을 수 있는 공감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너 자신을 알라”고 말한 소크라테스나 「난중일기」에 ‘지기지피(知己知彼)’를 ‘지피지기(知彼知己)’보다 강조한 충무공 이순신의 말과 같이 자신을 알고, 자신의 잘못을 객관화할 때 갈등은 쉽게 해소될 수 있다.

따라서 공감문화의 기본인 진정한 소통을 위해 자신에 대한 개관적 통찰능력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특히 사회 통합에 앞장서야 할 정치지도자나 교육·문화·언론계 등의 사회지도층이 먼저 실천해 나가야 할 과제임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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