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사회부

 얼마 전 본보 창간 때문에 ‘88둥이’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88만 원 세대들의 진솔한 얘기를 들어보는 자리였다.

결코 달갑지 않은 ‘신조어’인 88만 원 세대는 비정규직으로 살거나 살게 될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안타깝게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에도 20대 88만 원 세대들이 넘쳐났다.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알바생’들도 있었다. 인천조직위가 안전·보안·경비요원 등을 용역업체에 맡기기만 했지, 임금이나 처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은 탓이다.

역도경기장 주차요원인 대학생 A씨는 7천815원을 받아야 하는 저녁 추가 근무시간에도 4천285원을 받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 조직위 관계자에게 이유를 묻자 “직접고용이 아니라 책임이 없다. 예전엔 관행처럼 용역이 돈을 가로챘다지만 요즘은 그런 일 없다”고 말했다.

대답을 듣자 화가 났다. 이어 “용역업체에서 돈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 따질 일이 아니다”라는 답변에 탄식이 나왔다. ‘이런 식이니 알바생들이 버티지 못하고 나가지.’

더 심한 업체도 있었다. 남동체육관 경비원 B씨는 12시간을 근무하는데 일당 5만 원만 받는 이유에 대해서 “잠을 재워 주고 식사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대구에서 올라온 B씨에게 깨끗한 곳에서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조직위가 용역업체 직원들의 숙박비를 ⅔만 보전해 주기 때문에 업체는 아파트를 숙소로 선택했다.

아파트 한 채에서 자는 인원은 30여 명 남짓. 경비요원 근무를 마치고 다같이 숙소로 돌아오면 군대 내무실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 B씨의 설명이다.

땀과 발냄새가 진동을 하고, 몇몇이 피우는 담배 재떨이로 이미 숙소는 악취로 가득하다. 쉬러 들어갔는데 냄새에다가 화장실마저 2개밖에 없어 빨리 씻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다.

최저임금을 못 받는 것도 억울한데 숙소마저 엉망이라는 B씨의 말에 안타까움은 커져만 갔다.

여기에다 일부 매표소 알바생들은 관중석은 비어 있는데 매표소에는 표가 없다고 항의하는 시민들과 카드 결제 시스템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얼마 전까지 88만 원 세대였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워 잠이 오질 않았다.

대회 운영 미숙과 준비 부족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조직위가 조금만 더 섬세하게 움직여 줬다면 ‘88만 원 세대’를 두 번 죽이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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