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 최인호 /여백 / 192쪽 / 1만2천 원.
저자의 이름만 듣고도 책을 바로 읽어 보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법정스님 입적 5주기(3월 11일)를 맞아 소설가 최인호와 법정스님의 대담을 엮은 책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가 최근 출간돼 3월 둘째 주 베스트셀러 19위에 올랐다.

이 책은 지난 2003년 4월 법정과 최인호가 서울 길상사에서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 11가지 주제에 걸쳐 대담했던 내용을 모아 엮은 것이다.

무소유의 수행자 법정과 불세출의 작가 최인호다운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은유로 주고받은 대화가 이 책을 가득 차우고 있다. 마치 이미 세상을 떠난 두 거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은 원래 최인호가 생전에 법정의 기일에 맞춰 펴내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탈고 등으로 차일피일 미뤄졌고, 최인호는 암 투병 끝에 결국 2013년 9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다행히도 최인호가 법정스님의 입적 시기를 전후해 책을 펴내 달라는 뜻을 남겨 이번에 책으로 출간된 것이다.

사실 두 저자의 종교는 다르다. 불가의 수행자로, 가톨릭 신자로 만나 대화를 풀어나가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깊고 넓은 울림이 있다.

모든 것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행복이 될 수도 있고 고통이 될 수도 있다는 법정의 말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대화는 사랑, 가족, 자아, 진리, 삶의 자세, 시대정신, 참지식, 고독, 베풂, 죽음으로 이어진다. 일체의 미사여구 없는 담담한 대화지만 삶의 본질에 대해 화두를 던지는 것이 주된 얼개다. 불가 수행자와 작가는 삶의 본질을 날카롭게 관통하면서도 순수한 동심으로 쉽게 풀어낸다.

이 책에 소개된 두 사람의 대화에서 최인호가 묻는다. “스님, 죽음이 무섭지 않습니까?” 법정은 이렇게 대답한다. “몸이란 그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 걸요. 죽음을 인생의 끝으로 생각하면 안 됩니다. 새로운 삶의 시작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은 행복과 사랑, 시대정신과 죽음에 대해 남긴 두 사람의 마지막 이야기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세상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고은, 김상근, 박승찬 등 / 21세기북스 / 304쪽 / 1만6천 원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인문학에서 찾아본 책이다.
시인 고은 등 열두 명의 지성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하는 것은 바로 ‘기본과 원칙’이다.

총 2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너를 살피고 나를 다스리는 지혜’에서 연세대학교 김상근 교수와 명지대학교 한명기 교수 등이 다양한 화두를 던진다. 한명기 교수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는 책으로 서애 유성룡의 「징비록」을 추천한다. 임진왜란에 대해 기술한 「징비록」을 읽어 보면 외교의 힘은 한 나라가 갖고 있는 능력과 힘에 비례한다며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역설한다.

2부 ‘삶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에서는 상처 입은 사회에서 견디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고민과 함께 이에 대한 대답이 이어진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행복’을 제시한 손봉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 ‘지나친 경쟁심’과 ‘불공정한 규칙’을 꼽고 있다.

1그램의 용기 

   
 

한비야 / 푸른숲 / 360쪽 / 1만4천 원.

“새롭게 무언가를 하고 싶은 마음과 망설이는 마음이 줄다리기할 때, 딱 1그램의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이 책은 작은 용기가 가져오는 엄청난 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국제구호 전문가로 유명한 한비야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용기 있는 사람’하면 절대 꺾이지 않는 의지를 갖고 있는 특별한 사람을 떠올리지만, ‘용기’란 강하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만 있는 특별한 힘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사람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혹시 새해에 결심한 계획이 벌써 흔들리거나 인생의 결정적 순간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면 이 책을 읽어 보길 권한다. “1톤쯤 되는 부담스러운 용기가 아닌 딱 1그램의 작은 용기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그의 말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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