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두환 미래변화예측연구소 소장

 1995년 후쿠야마는 세계의 저신뢰 사회를 기술하면서 한국을 저신뢰 사회라고 평가했다. 2009년 이동원과 정갑영도 한국의 신뢰지수를 계산해 OECD 29개국 가운데 24위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2011년 이재열은 한국의 사회적 갈등 수준이 아시아의 신흥경제국들에 비해서는 낮으나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s Survey)에서 제시한 “일반적으로 말해서 대부분의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우리나라 사람의 비율은 1980년 38%, 1990년 34.2%, 1995년 30.3%, 2000년 27.3%, 2005년 28.2%, 2010년 26.5% 등으로, 우리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수준이 계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현주소를 보여 주고 있다.

체코 대통령인 바츨라프 하벨이 언젠가 끔찍한 유고슬라비아의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낙관주의자입니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오래 생각한 후 “모든 일이 잘될 거라고 믿는다는 의미의 낙관주의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못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미의 비관주의자도 아닙니다. 단지 희망을 가질 뿐입니다. 희망이 없다면 진전도 없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삶 그 자체만큼이나 중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왜 계속적인 경제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갈등 수준은 더욱 높아지고 있는 것인가? 더 좋은 집을 소유하고, 더 좋은 음식을 먹으며, 더 좋은 교육을 받으면서도 우리의 행복도는 더 낮아지고, 자살률은 더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없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더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현 수준이라도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시대로 지칭되는 1955년생부터 1963년생들이 계속해서 정년을 맞이하고 있다. 이는 향후 5년 이내에 엄청난 숫자가 정년을 맞이하게 되고, 고령화인구에 포함된다는 의미이다.

 고령화 사회의 심화는 노령인구를 책임져야 할 국가재정의 부담과 노령인구들의 절제된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인한 소비심리의 위축이다.

 노령인구가 증가하면 노령연금, 노령의료보험 및 노령인구 우대정책 등 국가가 책임져야 할 엄청난 국가재원이 소비되며, 노령인구는 평균 30% 이하의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어 내수시장의 불황으로까지 이어진다. 대책 없는 고령화 사회의 가속은 우리에게 암울한 미래만을 준다.

우리에게 암울함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엄청난 규모의 가계부채와 국가부채 문제이다. 현 상황에서 우리들의 수입구조를 생각할 때 수입이 증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고, 지출해야 할 소비는 점점 늘어나고,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노령이 된 양가 부모를 모시기 위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지출되고, 자녀들의 교육비도 생활비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주택 대출 등 다양한 이유의 대출도 엄청나다. 무엇보다 100세 시대 도래로 인해 수명이 연장된 자신의 노후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것이 암울한 미래의 전조이다.

현재 개인의 경제상황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국가의 미래에 희망이 있다면 참고 견딜 수 있을 것이다. 1960~1980년대 민주주의가 억압받고 강력한 독재정치가 행해지는 시기에도 국가의 경제발전을 보면서 국민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의 행복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무능한 정부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정쟁에만 몰입돼 있는 여야 정치인들이 우리들에게 더 큰 암울함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 힘으로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충청도 출신의 안상수 전임 시장, 전라도 출신의 송영길 전임 시장, 인천 출신의 유정복 현 시장. 누가 진정한 인천시민을 위한 시장인가? 통상 인천에는 충청도 출신 30%, 전라도 출신 30%, 그 외 출신 40%라고 한다.

이제 지역 연고에 목을 매는 떼거리 정치는 물러나야 한다. 인천은 현재 다른 지역에 비해 오합지졸 수준이다. 인천에 대한 자긍심과 애향심이 낮고, 진정한 인천의 발전을 위한 대승적 협력보다는 개인의 이익에 눈먼 세력들의 세력 다툼이 치열하다.

인천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다. 신도심과 원도심, 여러 지역민의 구성, 다양한 산업군의 구성,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이다. 인천의 발전 모델은 곧 대한민국의 발전 모델이 될 수 있다.

인천에는 인천 출신, 전라도 출신, 충청도 출신 등이 없다. 오직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인천시민만이 있다. 지금은 우리가 지역 연고를 따지지만, 우리 자식들은 모두 인천 출신의 인천사람이다. 인천이라는 용광로를 통해 새로운 인천을 만들고, 인천시민만이 존재하는 인천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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