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얌체짓을 많이 했죠. 구 문화원 예산으로는 어림도 없는 공연을 유치하려면 별수 있나요. 수준 높은 공연을 펼치는 예술인들은 모든 인맥을 다 동원해서 데려왔어요.”

인천시문화원협회장과 인천시연수문화원장을 역임한 김원옥 시인의 인터뷰 첫 마디다. “덕분에 좀처럼 접하기 힘든 프랑스 천재 클래식 기타리스트 ‘띠보꼬방’의 인천 공연 등이 성사됐어요. 공연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관객이 넘쳤어요. 수준 높은 공연은 관객이 먼저 알아봅니다. 이게 문화에요.”

2013년 인천시연수문화원장을 퇴직한 김원옥 시인은 문화적 마인드를 강조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문화가 밥 먹여주냐’라는 이런 생각은 제발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특히 지난 2월 펴낸 에세이집 「먼 데서 오는 여인」 속 16·38쪽의 내용은 그가 인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문화영역이 산업으로서 경제성장을 이끄는 역할도 가능하다’라는 연구결과에서 보듯, 세상을 조망하는 큰 눈을 가지고 문화를 보면서 우리 지역구민을 위한 문화행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할 수 있는 포용력을 가져야 해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라는 책의 부제처럼 인천지역 문화계를 대표하는 그의 말은 거침이 없다. “문화예술 사업은 우선 많은 자본과 인력을 필요로 하며 후에 그 성과가 나타납니다. 지역이 부강하고 주민이 행복해질 수 있다면 변화의 바람을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지역행정에 변화를 줘야 하죠. 양질의 ‘문화민주주의 실현’은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서는 오지 않는답니다.”

이쯤에서 딱딱한 문화행정 얘기를 접고 5월에 펴낸 시집 「바다의 비망록」으로 화제를 돌렸다. 인천시연수문화원장을 퇴직한 마당에 더 많은 설명은 열심히 일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시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의 얼굴은 밝아졌다. “책을 내기 위해 쓴 글이 아니라 문화 일을 하면서 틈틈이 써 둔 시와 자료들을 묶어서 낸 책들이에요.”

발표한 많은 시 중 대표시를 꼽아 달라고 부탁했다. “글쎄요, 제 마음에 드는 대표시가 아직 없어요. 언제 마음에 꼭 드는 시가 나올지 궁금해요. 하지만 시와 글을 쓰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도 없어지니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그의 시 세계에 대한 설명도 요청해봤다. “프랑스 대학원에서 상징주의 시인들에 대한 시를 연구해서인지 자연스럽게 제 시에는 함축적 상징을 많이 내포하고 있죠. 주위 사람들의 평도 그래요.”

사실 숙명여자대학교 불문학과와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루앙대학교 불문학과 박사과정을 3년 수료한 그는 대표적인 프랑스통이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사상가였던 폴 발레리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일까 그는 상징주의 시를 추구한다.

“제 시 속에 담겨진 상징을 찾아보시는 것도 시를 감상하는 하나의 방법이죠. 하지만 다변과 달변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시마저 독자에게 귀찮고 허황된 존재면 안돼요. 제 시는 독자 곁에 다가가는 귀엣말 같은 존재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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