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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도암·췌장종양 명의 정철운 외과과장
‘국내 최초 2001년 2공식 담낭절제술 성공’, ‘담도암·췌장종양 분야 싱글 포트(Single Port) 복강경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 등이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정철운(57)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외과 과장에게 의사로서 높은 명성에 대해 언급하자 쑥스러워하는 눈치다. 담낭절제술 3천 회를 넘는 베테랑 의사답지 않은 순수한 면이 느껴졌다. 이어 바로 정답인 대답을 내놓는다.

 "수술할 때 구멍을 하나 뚫는 단일공 수술이 개복 수술이나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서 하는 복강경 수술에 비해 위험 부담과 회복 속도, 미용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만족스러운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암이나 염증이 넓게 퍼져 있는 경우 수술 구멍을 많이 뚫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해요."

 정 교수가 집도하는 수술은 외과 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 수술 시간만 보통 6시간 이상 걸린다. 배 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췌장·담도·십이지장 부위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증상이 나타날 때 병원에 도착한 환자인 경우 수술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경우가 많죠. 그만큼 고난도의 수술 실력이 요구됩니다."

 췌장암이 무서운 암이라고 하니 예방법이 궁금해 질문을 던져봤다.

 "현재로써는 정기 검진이 가장 좋은 방법인데, 복부 초음파나 CT 검사를 권유해 드리고 싶습니다."

 베테랑 의사가 생각하는 외과 명의의 조건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명의들이 가장 어려운 수술이나 질환을 다루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의학 지식의 발달로 치료하기 어려운 병의 대상이나 정도가 조금씩 낮아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경험을 쌓아갈수록 더 어렵다고 생각되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왜냐하면 환자들을 검사하고 조언하고 수술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에서 모든 환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철학적인 그의 지론이 담긴 말을 듣곤 준비해놓은 질문을 바로 꺼냈다. 독일 쾰른대학교 의학박사를 취득하고 국내 유명 병원 전문의·부원장을 거친 명의인 정 교수는 사실 벨기에 가톨릭 루뱅대학에서 철학부를 수료한 독특한 경력을 갖고 있다. 웬만한 의사들도 모르는 그의 경력을 들추니 좀 놀란 눈치다. 하지만 곧 그가 의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유럽 철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유학을 떠났고, 집안이 사업 실패로 무너지면서 병원 중환자실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느 날 밤새 돌보던 한 노인 환자가 돌아가신 거에요. 그때 참을 수 없는 눈물과 함께 ‘인생을 사변(이론)적으로 살지 않았나’라는 후회가 들면서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었죠."

 누구보다 사명감이 충만한 정철운 교수는 자신을 의사로 이끈 이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중환자실 환자의 대소변을 받아내는 등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돌봤던 한 간호원이 있었죠. 그분의 조언으로 의료인으로서의 헌신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60살이 될 때까지도 중환자실을 떠나지 않았던 파독 간호원, 바로 장모님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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