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은 거세 테너 카스트라토 음역이 가능한 카운터 테너(Counter Tenor)에 희망을 걸었다.

20살에 갑자기 찾아온 원추각막증으로 한 눈의 시력을 잃고 남은 눈마저 시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을 들은 문지훈(26·인천시 남구 도화동)씨는 중도에 좌절할 수 없었다.

"소년 시절에 거세해 여성 음역을 갖게 되는 남성 성악가인 카스트라토를 가성 말고, 진성으로 구사하는 카운터 테너의 전율적인 소리를 담아내겠다"는 그의 말에 주위에서 말리기 시작했다. 가족들도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문 씨는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만들어가겠다"며 도전에 나섰다. 좋은 결과가 이어졌다. 2013년 평택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불러주는 곳을 어디든 찾아가 나눔 공연을 시작했다.

지난 18일 인천(수봉)문화회관에서 문 씨의 게릴라 공연인 ‘이제 시작이다 인천 시민과 함께하는 행복나눔 콘서트’가 열렸다. 19명의 시민들이 찾아왔다. 모 방송국 촬영기자와 취재기자, 어머니, 친구를 빼면 순수 관객은 10명 남짓에 불과했다. 누구에게는 창피한 수준의 관객 수였지만 그에게는 감사할 정도로 많은 인원이었다.

그는 공연을 며칠 앞두고 SNS 등을 통해 알린 게릴라 콘서트에 이렇게 관객들이 모인 것도 최근의 유명세 덕택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 문 씨는 최근 KBS Joy 채널을 통해 방송된 ‘청춘하라’에 출현했다. 시력을 잃은 대신 목소리로 세상과 만나고 있는 그간의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대상을 받았다. TV출현 유명세가 인터뷰와 촬영 요청으로 이어진 덕분에 19명씩이나 온 것이라고 자랑했다.

오후 7시 공연 시작의 첫 곡은 영화 ‘파리넬리’의 삽입곡으로, 카스트라토 음역의 ‘울게하소서’였다.

문 씨는 얼굴을 가면으로 반쯤 가린 채 열연했다. 금빛 가면에는 그가 숨기고픈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인생은 가면을 쓴 삶이었다고 소개했다.

"음악이 흔들리고 있었던 내 마음을 잡아준 건 사실이지만, 시각장애를 아무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가면 속에 장애를 숨겨둔 것처럼"

그런 그가 가면을 벗고 앙코르곡으로 ‘하바네라’를 부르며 열정의 무대를 마쳤다.

자신을 돌본 어머니 김미숙(53)씨 뿐만 아니라 멀리서 공연장을 찾아 온 많은(?)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두 아이와 함께 온 김선형(39·여·인천시 계양구)씨와 김포시 양촌보건지소 공중보건의인 이탄(29)씨 등의 박수를 받으며 그가 한 시간 공연의 마지막에 한 말은 다음과 같다.

"제가 희망을 잃지 않고 제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듯이 (인천시민을 포함해)관객들 여러분들께서도 인생의 멋진 주인공으로 사시길 바랄께요"

김경일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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