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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남례 한국여성CEO협회 명예회장 
추석이 코앞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모두가 설레며 기다리지만 주부들은 음식 장만과 쌓이는 설거지, 일가친척 뒤치다꺼리를 생각하면 벌써 몸과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추석은 농경시대인 삼국시대 초기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문화이며 아름다운 전통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처럼 1년에 한 번 있는 큰 수확은 정말 기쁜 날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고 조상과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지극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 사회는 이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1년에 한번 수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 수확이 농산물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 보니 감사하는 마음도 희석되고, 또 누구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고 지낸다.

감사하는 마음이 없으니 그저 의무감으로만 느끼게 되고 형식에 맞추다 보니, 자기감정에 치우쳐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5년간 명절 직후 이혼율이 직전 달보다 12% 정도나 늘어났다는 통계 보고서도 있다. 명절증후군 탓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명절을 전후해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겪는 정신적·육체적 증상을 말한다.

가족이 함께 모이기 위한 장시간의 이동과 가사노동으로 인한 신체적 피로,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제사는 남편의 조상에게만 지내지만 막상 몸으로 준비하는 일은 시댁 식구와 혈연관계가 없는 며느리들 몫이다. 손끝하나 까딱하려 하지 않는 시댁식구들을 대신해 제사상을 준비하는 며느리들은 불만이 쌓이고 화가 나기 마련이다. 결국 가족 간의 배려와 이해 부족이 명절 증후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남녀 성역할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었다. 남녀를 가정과 사회로 분리시켜 남편은 가족의 부양자로 사회에서 일하고 여성은 가정을 우선적으로 지켜야 하는 역할 분담을 바람직한 것으로 간주해왔으며, 이는 현재까지도 그 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성운동이 활발해지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여성의 사회진출도 많아졌고, 또한 남녀의 성역할도 점차 구분이 엷어졌다. 이러한 사회흐름에도 불구하고 명절 때만 되면 과거 풍습이 되살아나곤 한다.

 사실 지친 일상을 벗어나 명절 연휴만큼은 쉬고 싶은 게 직장인 모두의 욕구일 것이다. 그러나 즐거워야 할 명절에 일이 오히려 더 많으니 스트레스도 쌓일 만 하다.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사고의 전환이다. 일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려면 주부 자신이 즐겁다고 생각하는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부들에게 편중된 가사 일을 가족 전체가 골고루 분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주부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내가 긴장된 상태로 장시간 일을 할 때 수고를 칭찬하고 격려해야 하고, 과도한 가사 일에 힘들어 할 때에는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울러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아이들의 진학, 성적 문제 등이 대화의 주제가 되기 쉬운데 이것 역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 쉽다. 또 가족의 경제력이나 직업 등의 비교 또는 갈등의 소지가 있는 주제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차피 치러야 할 연례행사다. 이번 추석만큼은 가족 서로가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이했으면 한다. 내가 여기에 이만큼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신 부모님과 조상, 하느님, 남편, 선생님, 직장 동료에게 감사하자. 시어머니와 시누이는 멀리서 와서 수고하는 며느리와 올케에게,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서로 도와가며 일을 하는 동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될 것이다.

 남편은 힘든 일을 해내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1년에 한 번 있는 이 날만이라도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명절 증후군은 명절을 전후해 유독 표면화되는 일이 많지만, 평소에 살아오면서 가족 간의 갈등과 불화로 비롯되는 측면도 많다.

 따라서 일상 중에 수시로 산책을 하거나, 휴일에는 함께 등반이나 레저 활동 등으로 가족 간에 화목을 도모하는 일이 중요하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고 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 가족들과 지난 관계를 되돌아보면서 풍성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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