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유명 화가인 겸재(謙齋)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도 당시의 사회와 자연을 그린 작품 아닌가요? 시대 풍경을 그대로 옮기는 것이 화가의 사명이라고 생각해 저 역시 인천의 물리적 공간과 실체에 주목하는 그림을 그린답니다."

인천 중구 선광미술관에서 개인전 ‘흙의 기억전’을 최근 개최한 도지성(57) 서양화가의 설명이다.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나 동산중·고, 중앙대 회화과를 졸업해 20여 년 간 인천의 풍경을 그려온 작가로 이번 개인전에서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자연의 황폐화, 화려한 도시생활 속에서의 인간성 상실 등을 모티브를 한 이전의 화풍 대신 또 다른 반전 매력을 선보였다. 2년에 걸쳐 준비한 작품들이 한층 여유롭고 편안해진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평이다.

이에 대해 도 작가는 "산업사회 현실의 긍정적인 면을 본 것은 아니고,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동네 속의 도란도란 모습들을 부각시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 인천 우각로문화마을 등의 집·꽃·아이를 소재로 삼아 흙을 재료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이다.

지속적인 관심사인 ‘인간 고유의 본성과 자아 찾기’를 자연 재료인 황토 흙을 사용해 역설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동인천고 미술교사인 그의 또 다른 관심사는 ‘미술관’이다.

한때 인천시립미술관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일했던 도 작가는 "시립미술관 설립이 최선이지만, 예산이 부족해 당장 지을 수 없다면 차선책이라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대안 중 하나는 학교·병원 등 대형(공공) 시설 내 작은 미술관 설립이다. 미추홀 외고, 신현·동인천고 내 갤러리 큐레이터(미술관 관리)를 맡아 전시회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이 대목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인천에서 최초로 생긴 옥련여고 갤러리 등 10여 곳에서 열리고 있는 학교 내 전시회가 학생들의 문화예술 체험활동과 진로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도지성 화가는 "경제적 문제로 붓을 꺾어야 하는 지를 고민하는 수준 높은 실력을 갖춘 지역 작가들이 의외로 많다"며 "작가들의 삶을 지탱해주고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장으로 공공 시설 내 작은 미술관이 많이 생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