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ys, be Ambitious∼(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19세기 미국 식물학자였던 윌리암 클라크(William S.Clack)가 일본 삿포로대학을 떠나며 제자들에게 한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딛고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중학교 입학과 함께 제일 먼저 배웠던 이 말은 현재까지 갓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는 단골 어록으로 사랑받고 있다.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지정을 기념해 기호일보사가 진행하는 ‘인천시민과 명사가 함께하는 애장도서전’의 스물세 번째 명사로 선정된 안상수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 역시 이 명언을 언급하며 청년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인천 현역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시장을 두 번이나 한데다, 모두 12번의 선거를 치렀고 최근 재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재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그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18대 대통령선거 때 새누리당 후보경선에 출마해 즐겁게 후보에서 탈락하는 모습을 보여 준 그가 또 한 번 도전에 나선 것이 지난해 치른 인천 서·강화을 재선거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유권자 지지에 힘입어 당선되면서 꺼질 것 같았던 정치생명에 다시 불을 붙였다.

 루원시티와 검단신도시 등 대단위 도시개발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인천시 재정난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해 영종하늘도시, 청라국제도시 등 성공작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지지층이 상당하다.

 호불호가 명확한 안 위원장이 꺼내 든 애장도서는 빌 게이츠가 펴낸 「생각의 속도(1999)·Business@the speed of thought 」다.

 # ‘빌게이츠’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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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위원장이 추천한 「생각의 속도」 저자는 컴퓨터 박사이자 살아있는 신화로 불리는 ‘빌 게이츠(Bill Gates)’다.

 빌 게이츠는 최초의 소형 컴퓨터용 프로그램 언어인 베이직(BASIC)을 개발한 인물로, 우리에게는 ‘마이크로소프트사’ 설립자로 잘 알려져 있다. 「생각의 속도」는 빌 게이츠가 컴퓨터 프로그램인 ‘윈도우즈(Windows)’ 시리즈로 흥행가도를 달렸던 지난 1999년에 펴냈다.

 안 위원장은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등 사업가로서 성공을 거둔 뒤 정치 입문을 위해 인천에서 둥지를 튼 1999년 말께 이 책을 접했다.

 빌 게이츠는 「생각의 속도」를 통해 현재 일어나는 스마트폰 시대를 예견했다. 기술이 비즈니스, 나아가 사회를 얼마나 급속하게 바꿔 놓을지를 고민했고,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이 비즈니스와 기업 경영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도 세심하게 짚었다.

 또 출발과 끝은 ‘고객’ 중심 사고이며, 정치인 안상수 역시 같은 생각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요구를 간파해 최상의 판매 전략을 세운 뒤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게 빌 게이츠가 말하는 고객 중심 사고입니다. 정치를 하는 제게 있어서도 시민 요구에 귀를 기울이면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점이 일맥상통하죠."

 또 경제 패러다임을 바꿔 놓은 ‘인터넷 혁명’을 화두로 삼은 부분도 안상수 위원장에게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컴퓨터업계를 비롯해 제조업, 서비스업, 의료업계 등 산업계에서 21세기 디지털 정보화 시대를 준비하는 선두 기업들의 현재를 간결하고도 명료하게 기술했습니다. 무엇보다 디지털 혁명이 교육계와 정부, 군대에 미친 영향과 정보의 올바른 활용 방안을 소개한 부분은 제가 정치인으로 고비를 겪을 때마다 생각의 깊이를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줬습니다."

# 정치인 안상수에게 ‘@’이란

 빌 게이츠는 「생각의 속도」의 책 제목에 ‘@’을 썼다. ‘@’은 보통 전자우편이나 인터넷 주소를 쓸 때 쓰는 ‘미국정보교환 표준부호(American standard code for information interchange·ASCII·아스키)’ 중 하나다. 우리말로는 ‘골뱅이 표’라 하고 영어로는 ‘앳’이라 하는데, 안 위원장은 ‘@’을 제목에 실은 빌 게이츠의 파격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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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게이츠는 인터넷 확산으로 일어날 디지털 기술문명 시대의 혁명적 변화들을 예견한 천재적인 인물이라 확신합니다. 인터넷과 기술력이 정보화 사회의 변화에 미칠 경제·사회적 파급력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안 위원장은 인천시장과 국회의원이라는 명함으로 정치인생을 걸어온 자신에게 ‘@’이 주는 교감이 미래의 변화를 미리 읽고 판단해 주는 길잡이와도 같은 존재로 자리한다는 믿음이다. 실제 현장에서 시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런 요구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떤 현안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 알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위기의 순간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를 판단하게 됐다는 게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앞으로 제가 살아가야 할 인생의 어떤 지침서라고 할까요, 그런 존재죠."

 안 위원장은 책 속에 담긴 빌 게이츠의 명언 중 ‘다가올 10년은 지난 50년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라는 구절을 소개했다. 책이 발간된 지 15년 가까이 지난 현 시점에서 보면 변화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확신에서다. 빌 게이츠가 미래를 내다보듯,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판단과 결정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구절이기도 하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쓴 이유를 ‘기술이 모든 것을 바꿔 놓고 있기 때문’이라고 서술했다. 이 부분을 안 위원장은 자신이 책을 추천하게 된 또 다른 이유로 꼽았다.

 "기업을 운영하는 분들과 조직의 지도자 및 미래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많은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 주는 지침서 역할을 하리라 봅니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갖는 분이라면 누구나 읽어 볼 만합니다. 급변하는 시대 흐름을 감지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분들께 성실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생각의 속도’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느림의 철학’을 인정하라

 안 위원장은 요즘 세대가 책을 읽는 독서문화보다 정제되지 않는 인터넷 정보에 치여 사는 것에 대해 다소 우려를 나타냈다.

 그런 면에서 안 위원장은 앞으로 더 속도를 낼 기술과 환경변화에 적응해야 하지만 다른 차원에서는 ‘느림의 철학’을 인정하는 삶을 살 것을 제안했다. 빨리 갈 수 없어 느려지는 것은 낙오가 되는 것이지만 인생을 돌아보면 ‘과연 급하게 올 필요가 있었느냐’하는 자성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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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4번, 인천시장 4번,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같은 당 후보와 겨뤘던 4번의 경선까지 모두 12번의 선거를 치렀다. 결과적으로 그는 그 중에 6번을 이겨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빌 게이츠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선견지명이 아녜요. 그보다 중요한 게 ‘나를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전 어릴 때부터 고생이란 고생을 다 했고, 산전수전 겪고 난 뒤 서울에서 성공한 경제인으로 승승장구한 경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가 인천에서 정치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며 뼈저리게 느낀 게 ‘느림과 겸손’의 미덕이었습니다. 성공하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너무 바쁘게만 가면 안 된다는 믿음이었죠."

 안 위원장은 1996년 서울에서 성공한 CEO 생활을 정리하고 인천에서 정치 신인으로 새 출발했다. 하지만 지역구에선 그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돈과 권력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민심’을 얻는 일로, 선거에서 패배의 쓴맛을 보고 난 뒤 그가 한 일은 다시 작게만 보였던 주민을 섬기는 일이었다.

 "돈을 많이 벌고 성공한 기업의 CEO는 주민들에게 아무런 존재가치도 없었어요. 약수터, 교회, 전통시장 등에서 발품을 팔았고 구슬땀을 흘렸습니다. 저부터 겸손한 마음으로 주민들에게 다가가니 그제야 ‘인간 안상수’의 진면목을 제대로 바라봐 주셨습니다."

 # 안상수 새누리 인천시당위원장 프로필

 1946년 5월 28일 충남 태안 출생

 경기고·서울대 졸업

 서울대 경영학 석사

 한국방송대 중어중문학

 연세대 행정학 명예박사

 트로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동양증권·데이콤 이사

 동양그룹 종합조정실 사장

 1999~2000 제15대 국회의원(인천 계양·강화갑/한나라당)

 2000 한나라당 인천 계양지구당 위원장

 2002년 7월∼2010년 6월 제3·4대 인천시장

 2010~2012 대한아마츄어복싱연맹 회장

 2014년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 예비후보

 2015년 4월 제19대 국회의원(인천 서·강화을/새누리당)

 2015년 6월 제19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2015년 7월 새누리당 인천시당위원장

 대담=한동식 정치부장 dshan@kihoilbo.co.kr

정리=이재훈 기자 ljh@kihoilbo.co.kr

사진=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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