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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호 경기도 기획조정실 평가기획팀장
희망에 부풀었던 2015년도 이제 달랑 1장 남은 달력이 을씨년스러운 날씨만큼이나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해준다. 연초 수립한 계획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기 위한 개인과 조직의 움직임은 더없이 부산하기만 하다. 학연과 혈연, 지연 등으로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를 ‘망년회’ 란 이름으로 만나고 회포를 풀며, 때로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망년회’의 의미는 한 해를 보내며 그 해의 온갖 괴로움을 잊고 새해를 새로운 기분으로 출발하자는 건전한 모임이라고 하지만, 잊을 망(忘) 대신 보낼 송(送)을 써, ‘송년회’라고 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가난에 찌들어 어려웠던 시절에는 ‘잊고 싶은 일’이 많았던 만큼 잊을 ‘망(忘)’자가 적절했겠지만, 그나마 먹고 살만한 요즘에는 ‘간직하고픈 추억’이나 ‘잊어서는 아니될 일’이 더 많아져 보낼 ‘송(送)’을 써야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모임은 성격과 형식만 다를 뿐 진행순서와 절차는 거의 대동소이하다.

 날짜만 별도로 정해 다를 뿐 일과시간이 끝난 저녁시간대에 음식점에서 거의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의식수준의 향상, 음주사고에 따른 처벌의 강화, 100세 시대 건강한 삶을 대비해서 근자 들어서는 송년회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경향이지만 분위기상 ‘건배’와 ‘위하여’가 반복되는 송년회 음주문화는 비슷한 양태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망년회가 되었건 송년회가 되었건 관계없이 즐겁고 유쾌한 만남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고정관념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

모임이 있는 날이면 절제는 하지만 그래도 한 두잔 음주가 불가피한 경우, 어김없이 도로 곳곳에서는 음주단속이 실시된다.

 다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알코올 측정수치가 낮아서 ‘조심하세요’ 라는 단속 경찰관의 말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경험도 한두 번 있었을 것이다.

음주전에는 한잔이라도 마시면 절대 운전대 잡지 않겠다고 이구동성으로 다짐하던 사람들도 음주 후에는 조금 마셨으니 괜찮겠지 하는 쓸데없는 용기와 오기로 결국 운전대를 잡고 마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 보인다. 이게 화근인 것이다. 이제 음주사고로 패가망신한 사건들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하는 일상이 되었다. 규모가 큰 부서단위 보다는 팀 위주로 송년회 모임을 가지되, ‘위하여’, ‘건배’ 위주에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설계하는 의미 있는 송년회로 문화와 트렌드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팀원끼리 오붓하게 편을 나누어 간단한 체육행사도 좋고, 근사한 영화나 뮤지컬 감상과 함께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직원과 가족 건강 기원은 물론, 안 좋은 기억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희망찬 새해 포부를 설계하는 ‘송구영신’의 새로운 모델의 송년회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자가운전자들의 용기, ‘몇 잔 안 마셨어’, ‘가까운 거리니까’,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문제다.

일본에서는 음주 뺑소니 사고 가해자에게 최대 15년의 징역을 적용하고, 음주를 권한 사람까지 모두 처벌한다. 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는 음주운전 적발 시 최고 10년까지 운전면허를 정지한다고 한다. 중국은 음주운전자에게 사형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적용하고 있다. 강력한 규제로 운전자 의식 개혁을 이끌어내겠다는 노력이다.

 우리나라도 음주운전자 처벌이 대폭 강화되고 있으나 처벌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은 ‘본인에게는 자해’ ‘타인에겐 살인’ 행위라는 인식으로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술에 취해 운전대 잡을 때는 과감했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처벌이 두려워 더 큰 피해를 뒤로 하고 도망가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심리라고 한다.

술 깬 후 땅을 치며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좋은 목적으로 마련한 송년회가 잘못된 음주문화로 인해 개인은 물론, 패가망신은 스스로 막아야 할 것이다.

 송년모임 음주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 송년 모임에서 해법을 찾고 건전한 문화를 확산해 나가는 것이 혜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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