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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서의 가르침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기호일보 webmaster@kihoilbo.co.kr 2016년 01월 12일 화요일 제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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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제 불은초등학교장
최근 학생들이 교실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교육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교실에서 남학생 5명이 교사에게 침을 뱉고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그만하라’는 선생님의 머리를 때리고 빗자루로 치는 폭력까지 가했다.

 다른 학생들도 친구들을 말리기는커녕 매 맞는 선생님을 비웃으며 이를 촬영해 SNS에 올리기까지 한 것이다. 비록 君師父一體(군사부일체)나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그래도 제자가 교사를 폭행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패륜이 아닐 수 없다.

 제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등 교사로서의 권위를 침해당하는 선생님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 지난 3일 교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교권침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발생한 교단의 권위 하락 건수는 총 2만6천여 건이나 된다. 특히 2010년에는 45건이었던 학생들의 교사 폭행이 2014년에는 86건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해 갈수록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교권침해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있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가 기간제 교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해결 등 구조적 개선을 강조한다.

현직 교사들은 2011년 전후로 각 시도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마련하면서 학생들의 인권에만 초점을 맞춰 온 결과라고 말한다. 충격적인 교권침해 사건이 불거지자 국회도 2년 넘게 계류돼 있던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교권보호법)을 통과시켰다.

법의 주요 내용은 교권침해 학생·학부모 조치 강화, 피해교원 상담·치료 지원, 교권침해 은폐 방지, 예방 강화 등이다.

 과연 무너져 가는 교권을 법으로 얼마나 지킬 수 있을까? 언론과 사회단체들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무너지고, 학교의 인성교육 실패를 나타내는 사건’으로 진단하며 인성교육 강화를 주문한다. 교육의 위기는 당연히 인성교육에서 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학생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학교와 교사가 아니라 가정과 부모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 교육에 미치는 요인 가운데 학교변인의 비중은 1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6∼8% 정도로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부모요인이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나 인권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학교와 교사들에게만 인성교육 강화를 요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庭訓(정훈:뜰에서의 가르침)으로 유명한 공자의 가정교육은 어버이의 가르침이 어떤 것인가를 잘 알려 주고 있다.

 성인으로 일컬어지는 공자가 자기 아들은 어떻게 교육을 했을까 궁금해하던 제자 진항이 "우리와는 다른 가르침을 받았을 테니 그것을 알려 달라"고 물었다. 공자의 아들 백어는 "아버님이 혼자 계시던 어느 날 뜰 앞을 지나치려는데 詩(시)를 공부했는가 묻고 그 필요성을 말씀하시기에 시경을 공부했고, 어느 날은 禮(예)를 공부했는가 묻고 그 중요성을 말씀하셔서 예기를 공부한 두 가지뿐"이라고 대답한다. 그 후 제자들이 더 깊은 스승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을 바탕으로 배움에 정진했음은 당연지사다.

 이 일화는 가르치는 아버지와 배우는 아들 사이에 무한한 신뢰와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그러므로 다른 말이 없어도 가르침과 배움이 바르게 즉각적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버지 공자는 항상 바른 몸가짐과 올곧은 언행으로 아들에게 바람직한 인성교육을 하면서 배움의 방향을 군더더기 없이 제시했던 것이다.

 바람직한 인성교육과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가정과 부모가 나서야 한다. 의식주 해결과 학비 등 넉넉한 경제적 지원이 부모의 도리이고, 성공적인 자녀 교육을 돕는 방법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높이 오르도록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많이 알고 남보다 앞서는 것이 행복을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쫓기는 입장이 돼 불안과 초조, 경계심만 커지게 만들 뿐이다. 사랑하는 자식이 진정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하려면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존중과 배려가 우선임을 가르쳐야 한다. 나눔과 동행의 즐거움 속에 더 큰 행복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곳이 가정이요, 자녀에게 가장 큰 영향과 가장 많은 책임을 감내해야 하는 스승이 바로 부모라는 인식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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