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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모습.
그것은 보이지 않는 끈이다. 한 생명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매어진 질긴 모정(母情)의 끈. 어머니와 이어진 그 사랑의 끈을 사람들은 그리움이라고 부른다. 어머니의 사랑에는 한계가 없고, 자녀의 그리움에는 조건이 없다. 국경도, 종교도, 이념도 뛰어넘는 어머니의 삶과 사랑을 다룬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가 주최하고 ㈜멜기세덱출판사가 주관한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전이 지난 21일부터 오는 3월 20일까지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에 소재한 인천논현 하나님의교회에서 열린다.

 인천논현 하나님의교회는 본관 4층에 특설전시장을 마련하고 이곳을 152점의 글과 사진, 소품들로 채웠다. 전시관에는 시인 문병란·김초혜·허형만·박효석·도종환·김용택, 아동문학가 김옥림 등 기성 문인의 글과 일반 문학동호인들의 문학작품, 멜기세덱출판사에 투고된 독자들의 글과 사진 등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밖에도 어머니와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추억의 소장품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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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作 - 어머니의 이름으로.
 전시관은 ‘희생·사랑·연민·회한… 아, 어머니!’라는 부제 아래 총 5개의 테마관으로 나뉘어진다. 각 전시관의 소주제는 ▶A zone ‘엄마’ ▶B zone ‘그녀’ ▶C zone ‘다시, 엄마’ ▶D zone ‘그래도 괜찮다’ ▶E zone ‘성경 속 어머니 이야기’다. 각 테마관에서는 시·수필·칼럼 등의 글과 사진, 추억의 소품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입체적인 느낌이다.

 수은주가 영하 10℃까지 내려간 지난 21일은 인천논현 하나님의교회에서 어머니전이 개관한 날이었다. 매서운 한파를 뚫고 전시관을 내방한 관람객들은 따뜻한 옛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을 녹였다.

 "캄캄한 밤에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멀리 불빛이 비쳤습니다. 늦게 오는 저를 염려해 어머니께서 켜 놓으신 호롱불이었습니다. 그때는 멀리서도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관에 들어서자 한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어머니의 손때 묻은 소품들을 보며 옛 시절을 회상했다. 전시관에는 숯다리미· 재봉틀 등 중년층이 공감할 만한 소품들이 곳곳에 놓여져 있었다. 관람객의 연령대가 다소 한정적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기우였다. 전시관에는 방학을 맞은 학생들부터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 백발이 성성한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개관일에 전시관을 찾은 한 내방객은 "새벽에 내가 못 일어난다 싶으면 팔순 노모가 와서 나를 주물러 주신다. 오늘 집에 들어가면 내가 먼저 어머니를 주물러 드리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요즘 사람들은 스트레스와 슬픔을 갖고 있으면서도 평소 눈물을 흘릴 기회가 없다. 오늘 마음이 정화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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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원 作 - 당신이 웃으시는 이유는.

 경제 불황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청년세대는 취업난을, 중년층은 희망퇴직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걷는 중이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갈수록 사는 건 팍팍해지는데 정작 마음을 누일 공간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일까. 어머니전을 찾아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어머니의 따스한 사랑에 위안을 받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2013년 6월, 서울 강남지역에서 첫 전시를 연 어머니전은 대전·인천·부산·대구·광주·울산 등 6대 광역시와 전국 41개 지역에서 잇따라 개최됐다. 2년여 동안 47만여 명의 관람객이 전시관을 찾았다. 전시를 한 번 다녀간 내방객들의 입소문에 지역별로 다수의 군부대·학교·기업 등의 단체 관람이 이어지기도 했다.

 전시관이 교회 내부에 자리하다 보니 일부 관람객들은 전시 내용에서 종교색이 묻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괜한 걱정에 불과하다. 막상 전시관을 둘러본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머니’라는 주제가 관람객들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건드리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시 작품이 실제로 겪은 어머니에 대한 경험담인 것도 관람객들의 감정 몰입도를 높인다. 전시관을 내방한 각계각층 인사들 중에도 종교를 떠나서 어머니전이 사회에 미치는 순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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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논현 하나님의교회.
수원팔달 전시관을 찾은 박흥식 팔달구청장은 "어머니전을 관람하는 데 있어서 종교 때문에 예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가급적이면 어머니전에 많은 분들이 와서 어머니를 생각하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리로 활용하면 좋을 듯싶다"고 말했다.

 교육계 인사들도 어머니전이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유석범 상계제일중학교 교장은 "‘어머니’라는 전시 주제가 종교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서 좋다.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어머니전 관람을 통해 학생들이 부모를 더 소중하게 여겨서 가정이 행복해지고, 더 나아가 이웃들도 화목해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비쳤다.

 국내 어머니전에 대한 뜨거운 호응은 국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칠레에서도 어머니전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해외에서 어머니전이 개최된 배경은 하나님의교회가 전 세계 175개국에 분포돼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국내 어머니전을 관람한 해외 선교사들이 해외에서도 전시를 개최할 수 있도록 요청을 해 온 것에 이어 국내에서 어머니전을 내방한 외국인 관람객들이 자국에서도 전시회를 열어 달라고 요청해 오기도 했다.

 서울 영등포 하나님의교회 전시관을 내방한 필리핀 케존 주 레알 시의 에디타 C. 에스카마 부시장은 "매 작품이 감동적이었고 전시 작품을 보는 동안 어머니를 떠올리게 됐다"며 "언젠가 한국분들이 필리핀에 와서 어머니전을 열어 주시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주한미군, 사할린동포 등 이미 국내에서 전시관을 내방한 다수의 외국인 관람객들의 호응이 한국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목격한 주최 측은 최근 미국 맨해튼과 칠레 산티아고 하나님의교회에서 각각 ‘어머니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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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평 하나님의교회.

 국내 전시를 모토로 한 해외 ‘어머니전’은 현지 특성에 따라 일부 전시 작품과 소품이 교체됐다.

 칠레 산티아고 전시관에서는 빵을 굽는 구식 화덕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사진 작품 속 어머니는 헝겊으로 뜨거운 화덕 손잡이를 잡고 여는데, 마치 한국의 어머니가 아궁이 불 앞에서 밥솥 뚜껑을 여는 모습 같아 정겹다. 낡은 필름 카메라, 오래된 다이얼 전화기 등 서양 어머니들의 손때 묻은 소품이 관람객들을 옛 추억으로 끌어당겼다.

 전시 작품 앞에서 울고 웃는 관람객들의 반응은 국내와 다르지 않았다. 인류 공통의 주제인 ‘어머니의 사랑’이 현지인들에도 동일하게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게 전시 관계자의 분석이다.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어머니와 이어진 ‘사랑의 끈’이 얼마나 길고 질긴지를. 그 끈을 부여잡고 사는 게 곧 ‘행복’이라는 사실도.

 인천논현 전시회는 3월 20일까지 진행되며 관람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입장이 가능하다. 관람료는 무료다. 이 외에도 서울은평 전시관에서는 3월 6일까지 전시가 열리며, 경남 진주 전시관은 2월 25일에 개관할 예정이다.

 관람 문의:인천논현 하나님의교회 ☎032-468-6813, 서울은평 하나님의교회 ☎02-382-2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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