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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건축물 안에서 ‘경계 없는 예술’ 살아 숨쉬네

-선광미술관-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2016년 03월 16일 수요일 제16면

인천 선광미술관은 미국인들이 ‘라크마’라는 애칭으로 부르는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과 여러모로 닮았다. 인천의 대표 물류회사인 ㈜선광이 2002년 설립한 선광문화재단의 문화사업 일환으로 개관한 선광미술관과 LA 지역 부호들이 자금을 대 만들어진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 모두 ‘기업 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깃든 점이 우선 같다.

장학사업에 힘을 기울여 온 선광문화재단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건물을 갤러리에 기증하면서 2013년 6월 문을 연 곳이 바로 선광미술관이다.

LA 지역에 미술관이 없다는 것에 적잖이 자존심이 상한 사업가들이 많은 돈을 쾌척한 것이나 시립미술관이 없는 인천에 공공문화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말을 귀담아 들은 심정구 선광문화재단 이사장의 배려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

자칫 사라질 수도 있는 유서 깊은 건물을 재생시켜 미술관으로 시민들에게 되돌려준 점도 같다. 총 2층 430㎡ 규모의 선광미술관은 원래 일본의 한 해운회사가 지은 사옥으로, 실내 리모델링 공사를 몇 차례 했지만 외관은 거의 그대로인 1930년대 근대건축물이다.

개항 이후 근대화의 중심지이자 영욕의 거점이었던 인천의 근대건축물이 잘 보존되지 못하고 없어지자 이를 안타깝게 여겨 ‘원도심의 역사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도심 문화 기능을 확장시켜 보자’는 심정구 이사장의 생각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얽힌 일화도 있다. 심 이사장은 "건물을 지었던 일본인의 딸이 몇 년 전에 우연히 이곳을 찾아와 당시 똑같은 건물이 부산·원산 등에도 있었는데 유일하게 원형이 남아 있는 곳은 인천이라고 말하더라"며 "그대로 보존해 좋은 일을 하는 문화재단 건물로 사용하고 있어 감회가 새롭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천시민들과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이자 인천 작가들의 발전 토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한 심 이사장의 개관 기념사처럼 선광미술관의 운영 원칙은 초심대로 지켜지고 있다.

선광미술관은 학생들을 위한 전시기간을 꼭 배정한다. 전시관을 쉽게 잡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매년 이곳에서 열리는 인천재능대 사진영상미디어과 졸업전, 지난 2월 진행된 인천가톨릭대 환경조각과 졸업생 창립전 등이 그 예다. 또 무료 대관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대신 수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려는 노력도 기울인다.

황순형 선광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애정이 더 가는 것은 모든 미술관의 큐레이터나 운영자들의 공통된 생각"이라면서도 "기획전이나 초대전 등에 실력이 있는 신진·중견·원로 작가들을 골고루 초청하려 애쓴다"며 전했다.

시민들을 위해 쉽고 재미있는 전시도 마련한다. 관객들이 착각할 만큼 사실적인 작품을 선보였던 배진오 조각가의 전시, 관람객들을 속이는 특별한 이벤트로 입소문이 났었던 사진전 ‘속고 속이는 세상’ 등이 그 사례이다. 2013년 10월 현악앙상블 i-신포니에타의 ‘정명 600주년 기념 콘서트’ 등 미술관 음악회도 지역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벤트였다. 미술관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였지만 관객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황순형 사무국장은 "미술관의 설립 취지대로 문턱 낮은 갤러리가 되려고 노력 중"이라며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인천시민과 예술인들이 편하게 자주 들러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경일 기자 kik@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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