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공천 후폭풍과 각종 흑색·비방선거가 이어지면서 유권자의 정치 불신이 가중돼 가뜩이나 최하위 수준인 인천지역 투표율이 역대 최저로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 기사 3면>

20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선거 때마다 투표율 최하위를 기록한 인천이 잇따르는 정치악재로 20대 총선은 역대 최악의 투표율이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천지역 투표율은 19대 총선 당시 51.4%로 전국 평균 투표율 54.3%에도 못 미쳐 16개 시도 중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18대에서는 42.5%로 역시 전국 평균 46.03%에 크게 미달했으며, 17대는 전국 60.6% 대비 57.4%로 모두 최하위를 나타내는 등 유독 투표율이 낮은 지역으로 낙인 찍혔다. 이에 따라 시와 선관위는 ‘투표율 꼴찌 인천’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20대 총선에서 만큼은 최소 전국 평균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후보 공천이 늦어지면서 후보 면면은 물론 어떤 정책을 내놓고 있는지도 모를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여야의 공천 잡음이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꺼리게 하고 있다.

비박과 친박으로 갈라진 새누리당의 공천 잡음과 지역 선거구에 대한 공천 결과를 놓고 납득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차라리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유권자들이 확산되고 있다.

서을 지역의 한 주민은 "요즘 정치판을 보면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것 같다"며 "비상식적인 공천을 해 놓고 투표하라는 것은 주민들을 무시한 처사로, 여야 모두 똑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투표를 하지 않는 게 이 꼴 저 꼴 안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에서 투표율을 높이는 데 일조한 중·장년 이상의 보수층 유권자의 정치 환멸이 가중되는 경향이어서 정치무관심 층인 20~30대 젊은 층과 연계될 경우 투표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남구 용현동에 사는 박모(65)씨는 "평생을 보수정당만 찍었는데 중앙당에서 공천하는 꼴을 보면 이제는 그것도 싫다"며 "선거 때 혼나 보지 않아 주민 뜻을 무시한 공천을 하는 것으로 생각해 이번에는 아예 투표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후보들 간 흑색·비방도 유권자들의 투표를 막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인천시청 브리핑룸에는 연일 같은 당 후보를 비난·비방하는 예비후보들의 기자회견이 이어지고 있고, 공천에 탈락한 일부 후보들은 개인 또는 집단으로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러 가지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20대 총선에서는 전국 최하위의 투표율을 전국 평균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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