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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광환 성남시의회의원
수정구 단대동에 위치하고 있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과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은 1982년 개청 이래 34년째 본시가지에서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건물이 30년이 넘다 보니 손 볼 곳이 늘어나고, 사회가 복잡·다원화되면서 법원·검찰의 업무가 늘어나 사무 및 주차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더 나아가 고등법원 승격에 대비하자면 추가 공간이 필요해 신축 또는 이전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올해 법무부와 대법원도 이전에 필요한 기본조사설계비 예산 21억여 원을 확보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3일 치러질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법조단지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분당구 구미동으로 법조단지를 이전·유치해 지역 활성화를 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한편으로는 공감되기도 한다.

그러나 법조단지 유치 문제는 ‘제로섬(zero-sum)’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얻는 지역이 있으면 잃는 지역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 얻는 지역이야 대환영할 일이겠지만, 잃는 지역은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날 것은 자명한 이치다.

문제는 얻는 대가의 크기와 잃는 지역의 빼앗김의 크기에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얻는 곳이야 이득이 생기겠지만, 잃는 지역은 생계 위협을 느낀다면 결국 이것은 성남 본시가지와 분당지역의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것이다.

 본시가지 상황을 보면 수정구 태평동에 있던 시청사가 2009년 현재의 중원구 여수동으로 이전한 후 옛 시청 주변 상권은 침체되기 시작했다. 음식업을 시작으로, 사무용품 관련 업종과 임대업종 등으로 침체가 확산돼 갔고, 세입자가 수시로 바뀌는가 하면 많은 식당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이후의 모습이자 현실이다.

이보다 앞서 2001년에는 상공회의소가 이매동으로 이전해 갔고, 1999년에는 성남교육지원청이 서현동으로, 2006년에는 성남고용노동지청이 야탑으로 떠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성남지원과 성남지청이 자리한 현 단대동 지역도 이와 다를 것 없다. 이 주변에는 변호·법무·속기·녹취 등의 업무를 보는 사무실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으며, 음식점과 임대업도 성업 중이다. 이들은 법원, 검찰청과 관련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다. 법원, 검찰청이 떠나게 되면 이들 중 상당수는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받게 돼 있다.

 그나마 이전 후 법원, 검찰청을 따라 인근으로 잘 옮긴다면 지장이 적겠지만, 거리도 멀고 임대료가 높은 곳으로 간다면 분명 생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여러 가지 사항으로 법원, 검찰청사에 대한 신축 또는 이전,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인근 주민들의 생계는 무시한 채 법조단지 이전에 대해 정치적인 접근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다.

 법원, 검찰청을 유치해 지역구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뜻은 공감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본시가지 공동화 현상의 대책 필요성이 우선적이다. 별다른 대안 없이 총선을 등에 업은 이슈로 법조단지 이전에만 몰두한다면 남은 주민들, 우리 이웃들의 경제적 여파는 불 보듯 뻔할 것이다.

더욱이 법원, 검찰청 이전은 성남 본시가지 활성화라는 균형발전의 상징성과도 밀접히 관련돼 있다. 성남시는 이러한 법조단지 문제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논란의 조기 종식을 위해서라도 정치적 관점이 아닌 민생 차원에서 접근해 법원 당국과의 진솔한 협의에 임해야 한다.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이 정치’라는 말이 있다.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할망정 눈물을 흘리도록 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의미를 다시금 돌이켜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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