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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일열 서정대 교수
"국민의 복지야말로 최고의 법이다(Salus populi suprema lex)." 일찍이 고대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이렇게 말했다. 「통치론」을 쓴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는 키케로의 이 말을 두고 "이것은 확실히 매우 공정한 그리고 기본적인 법칙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입법부가 공포·확정한 법률은 국민의 복지 이외의 목적을 궁극의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이 입법자를 뽑아 입법부를 만들고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다. ‘국민 복지’는 무엇을 말하는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존 로크가 말한 바를 따르면 ‘국민의 생명, 자유와 재산을 보전’하는 것이다. 입법부는 국민의 생명, 자유와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존재한다.

 입법부를 구성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제20대 총선이 재외국민 투표를 시발로 이미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를 보면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113개국 198곳에서 유권자로 등록한 재외국민 15만4천217명 가운데 6만3천797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투표율이 41.4%에 그쳐 2012년 19대 총선 투표율 45.75%보다 하락해 낮은 투표율이 논란이 되고 있다. 등록 유권자가 늘어서 투표율이 낮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안심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요즘 정당들이 공천하는 태도나 출마한 후보자들을 보면 정치에 혐오감을 가질 수도 있다. 후보는 난립하나 투표를 하고 싶은 후보가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정책은 내놓지 않고 상대만 비난해 듣기 싫을 수도 있다. 정당마다 그나마 내놓은 공약이 차이가 없어 어느 정당을 골라야 할지 애매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주권자인 국민이 중요하다. 냉정하게 정당과 후보자를 골라야 한다.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국민 복지’, 즉 국민의 생명, 자유와 재산을 보전하는 데 가장 적임자인 후보와 정당을 고르자. 정당마다 이전 총선에서 어떤 공약을 했고, 얼마나 실천했는지, 이번 공약은 무엇이고 실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한다.

그래서 어느 정당이 국민 복지를 위하는 정당인지 가려내야 한다. 입후보자들을 대하는 자세도 냉정해야 한다. 혈연·학연·지연, 이것은 잊어야 한다. 기준은 다시 말하지만 ‘국민 복지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이 사람에게 내 곳간 열쇠를 믿고 맡겨도 될까’이다. 특정 정당 후보라면 묻지도 따지지 않고 표를 주는 행위는 주권자임을, 그리고 국민 복지를 포기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는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뽑는 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대사다. 기업체가 신입사원을 뽑을 때에는 시험을 치르고 면접도 깐깐하게 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을 뽑는다. 얼마나 유능한 사원을 뽑느냐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그룹 총수가 나서는 일이 아주 흔하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유비(劉備)는 송곳 하나 꽂을 땅도 없었지만 당대의 재사(才士) 제갈량(諸葛亮)을 얻음으로써 촉한(蜀漢)을 세울 수 있었다. 여기서 유명한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고사가 나왔다. 주권자인 국민은 유비의 마음으로 국회의원선거에 임해야 한다고 본다.

 유권자가 투표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생명, 자유와 재산을 남의 손에 맡겨 두고 방치하는 셈이다. 말할 것도 없이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은 바로 우리의 생명, 자유와 재산에 직결된다.

 그런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바로 총선이다.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회의원 자격이 없는 후보자가 선출될 수 있다. 최적임자가 없다면 차선으로 그 다음 인물을 선출하면 최악의 결과를 피할 수 있다. 국회에서 국민을 부끄럽게 했던 국회의원이 다시 당선되는 일을 막으려면 투표해 낙선시키면 된다.

 투표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이 살아있음을, 주권자인 국민이 무섭다는 것을 정치권이 알게 해야 한다.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무능해 국민 복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당이나 국회의원은 선거를 통해 바꿔야 한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의 삶을 바꿀 기회이다. 이번 투표에 우리 모두의 미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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