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3 총선 사전투표일인 9일 인천시 동춘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 4·13 총선 사전투표일인 9일 인천시 동춘3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유권자가 투표를 하고 있다. 최민규 기자 cmg@kihoilbo.co.kr
"사전 투표가 뭐래요." 지난 9일 오후 사전투표소가 설치된 인천시 남구 주안1동 주민센터와 가까운 경인전철 주안역 부근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주안역 ‘2030거리’는 주말 꽃놀이 나온 향춘객과 데이트를 즐기는 쌍쌍의 젊은 남녀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서 소문난 맛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주인은 ‘사전투표 하셨느냐’는 질문에 퉁명스럽게 이같이 답했다. 바쁜데 귀찮다는 식이다.

인근 원룸주택에 사는 또 다른 주민은 "아직 누굴 찍을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냉소적으로 짧게 답한 뒤 쓰레기봉투만 내놓고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하지만 그 역시 "주말엔 좀 쉬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사실 이곳은 유동 인구가 많지만 민원 때문에 후보자들도 맘 놓고 적극적인 선거운동을 펼치지 못하는 곳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주안1동 주민센터는 사전투표가 시작된 전날부터 동사무소 직원들이 어깨띠를 매고 입구에서부터 방문객을 맞았지만 2층 투표소로 가는 유권자는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동 사무소에서 각종 제증명 발급 등 볼일만 보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곳 주안1동은 인천이 투표율 51.4%로 전국 ‘꼴찌’를 기록한 지난 19대 총선 때, 인천에서도 가장 낮은 투표율(37.5%)을 보인 곳이다.

이와 달리 주말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소래포구와 가까운 남동구 논현·고잔 주민센터 사전투표소에는 의외로 많은 유권자가 몰렸다. 대부분이 소래포구에 단체로 관광 온 노년층이다. 이곳 사전투표소에서 자원봉사를 한 선거사무보조원은 "어제 오늘 이틀 동안 실시한 사전투표에서 이곳이 선거구인 관내 투표자보다 관외 투표자가 더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8일과 9일 양일간 실시된 20대 총선 사전투표에서 인천은 전국 평균(12.19%)에 못 미치는 10.81%의 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 중 부산(9.83%)과 대구(10.13%)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투표율 ‘꼴찌’의 불명예를 다시 쓰지 않을까 불길한 예감이 드는 대목이다.

반면 선관위는 2013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처음 도입된 사전투표제가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밝혔다. 특히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지방선거 이후 두 번째로 이번에도 투표율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인천의 투표율은 이번 사전투표에서도 여전히 낮게 나타나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준한 교수(인천대)는 지난해 2월에 펴낸 학술지 「인천학연구」에서 "인천의 낮은 투표율은 약한 정체성과 낮은 정주의식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밝혔다. 그는 또 "낮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선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투표참여를 보다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건태 기자 jus216@kihoilbo.co.kr

이승훈 인턴기자 hun@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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